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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임>PC통신 통해「컴퓨터음악」정보교환-「셈틀소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컴퓨터와 친하거나 최소한 그럴 의사가 있으며 음악을 사랑하는 자여야 한다.」셈틀소리의 회원자격조건. 셈틀소리는 데이콤의 PC통신서비스「천리안」(종전 PC-서브)을 이용하는 사람들 중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만든 모임으로 첨단기기인 컴퓨터를 통해 매혹적인 선율을 창조하며 우리나라 미디음악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셈틀이란 말은 국어학자 최현배 선생이 계산기를 우리말로 옮긴 것으로 셈틀소리란 컴퓨터음악을 말한다. 회원들의 직업과 나이는 각각이지만 컴퓨터를 이용할 줄 알고 음악을 사랑한다는 점에서는 「만장일치」다. 뽕짝을 잘 만드는 50대 사장님, 뛰어난 실력으로 나이 많은 선배들을 압도하는 14세 중학생도 셈틀소리 안에선 모두친구다. 89년 9월, PC통신을 하던 음악애호가 6명이 주축이 돼 시작된 이 모임의 현재 회원 수는 4백명.
회장을 맡고 있는 방재혁씨(29·회사원)는 『컴퓨터음악이라면 왠지 비인간적인 것으로 선입견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지만 사실은 음악전문가들만이 컴퓨터로 만든 음악의 진위를 가릴 수 있을 정도』라며 『한사람의 손으로 오케스트라의 연주상황까지 창출해내는 미디음악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하다』고 자랑했다.
컴퓨터, 여러 가지 악기소리를 내는 사운드모듈, 그리고 이 둘을 연결시켜주는 미디인터페이스 등은 컴퓨터 음악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 미디란 뮤지컬인스트루먼트 디지틀 인터페이스의 머릿글자를 딴 것으로 작곡자가 컴퓨터의 키보드를 두드려 음악의 데이타를 입력하면 미디는 음의 높이·세기·길이·떨림 등의 연주정보를 신디사이저나 사운드 모듈에 전달해 원하는 선율과 박자를 재생시켜 준다. 셈틀소리 회원들은 대부분 기존의 팝·가요를 가지고 악기연주를 만들고 있는 수준이지만 스스로 창작곡을 선보이는 실력파도 꽤 있는데 회원들은 이미 3회나 연주회를 가졌다.
게시판은 이들 회원들의 만남의 광장. 서로 실물(?)을 확인하는 정기모임을 한달에 한번씩 갖고 있지만 미디음악을 만들면서 느끼는 궁금증이나 어려움 등은 게시판의 질문·해설을 통해 풀고 있다.
셈틀소리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미디음악 데이타 자료실인데 PC통신을 이용해 회원들이 자유롭게 미디음악 데이타를 받아서 쓸 수 있도록 장르별로 구분, 보유하고있는 데이타의 양과 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회원들은 『비록 취미생활로 뭉쳤지만 회원들간의 활발한 정보교환을 통해 우리나라 미디음악 발전에 보탬이 되고 싶은 게 셈틀소리의 바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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