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혼탁」 심상찮다(자,이제는…:4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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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공명대선 다짐한게 엊그제인데…
제14대 대통령선거투표일이 앞으로 닷새.
각 정당·후보진영의 득표전이 막바지에 접어들어 총력대결 양상을 띠면서 초반의 질서있고 차분해 보이던 선거분위기가 갈수록 과열·혼탁의 옛모습으로 되돌아 간다.
「YS시계」·「DJ볼펜」·「국민당점퍼」 금품공세 잡음에 「색깔론」,「자질론」,인신비방 흑색선전,「믿거나 말거나」 공약남발에 은근슬쩍 지역감정자극·사랑방좌담회를 빙자한 향응제공,일당고용 대학생조직,세몰이 유세청중동원,통반장 탈선에 정부 중립성시비까지 그동안 우리 선거에서 매번 되풀이 되었던 「못된 버릇」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꼬리를 물어 고개를 쳐들고 있다.
사상 처음인 중립내각의 공정한 선거관리 아래 깨끗한 정책대결로 말 그대로의 공명선거를 함께 이루어 우리 민주주의의 초석을 굳게 놓자던 모두의 기대와 다짐이 이렇게 허물어져서는 안된다. 그럴수는 없다.
자 이제부터라도 정당·후보·시민·정부 모두가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보고 냉정과 이성을 되찾아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우선 정당과 후보진영은 아무리 한표의 유혹이 크더라도 못지킬 약속 하지말고 하찮은 금품이나 음식대접,선심따위로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는 어리석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러기에는 우리 유권자들의 수준이 너무 높아졌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그같은 수법에는 내심으로 모욕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서로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지역감정 자극이나 근거없는 인신비방·흑색선전 따위를 되풀이 한다면 그것은 죄악일뿐 아니라 득표전략으로서도 자멸책이 될 수 밖에 없다. 정부도 「중립시비」의 재연이 없게 작은 오해라도 생기지 않도록 세심하고 철저한 관리를 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용기와 결단이다. 눈앞의 작은 유혹이나 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 역사의 큰 흐름을 보고 나라를 바로 이끌 일꾼을 뽑기로 결심해야 한다. 바로 지금부터 그런 각오와 자세로 선거판의 과열·혼탁을 가라앉혀야 한다. 그렇게 당당하게 문민시대를 열어야 한다.<박종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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