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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보호받는 금융 환경 절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경제가 1백배 이상 성장했다고는 하나 정작 성장의 숨은 공로자인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은 오늘날 쓰러져만 가고 있다. 올들어 도산기업이 하루평균 27개 업체.
그래도 정부는 후발 개도국이 추격해오는 상황에서 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확보만이 살길이고 이를 위해 지금 이뤄지고 있는 산업구조고도화정책 아래선 부실한 한계기업의 정리는 불가피한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해 왔다.
그러나 자신감 넘치는 정부의 이같은 정책은 결국 중소기업계는 물론 기업인의 목까지 죄는 결과를 낳고 있다.
물론 이번 구천수 한국기체공업 사장의 자살사건을 전적으로 정부책임으로 돌릴 생각은 없다. 그리고 정부의 산업구조고도화정책이 우리경제가 가야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룰을 미리 정해야 하듯 산업구조고도화정책에 앞서 금융·인력·기술개발 등 기업환경에 관한 여건들이 성숙돼야 한다.
그래야 노력하는 자가 성공하고 뒤지는 자가 탈락하더라도 떳떳이 승복하는 질서가 정립될 수 있는 것이지, 이처럼 죽음으로 일종의 항의를 하는 걸과는 없었으리라는 판단이다.
이미 끊임없이 지적돼온 것이지만 다시 한번 간추리면 중소기업을 위한 최대 선결과제는 자금난·인력난·기술개발업체의 판로문제·물류비용 급증 등으로 요약된다.
자금난의 경우 시중의 금리가 하락하고 정부의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꺾기·부동산담보요구 등 금융기관의 고질화된 관행, 금융기관이 이같이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금융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모두 소용없는 것이다.
일본이나 대만에 비해 3배나 많은 금융부담을 안고있는 국내 제조업체들이 이들 국가의 기업과 경쟁에서이길 것이라고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 다음이 산업기술인력과 기능인력 등 심각한 인력난문제다.
현재 외국인 노동력이 일부나마 이를 채워주고 있으나 많은 중소기업들이 인력부족으로 문을 닫고 있다.
얼마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조사한 바로는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에 있어서 겪는 최대 애로점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놓고도 팔 곳이 없다」는 것이다.
수입하던 부품을 중소업체가 개발했다 해도 이를 위한 정부의 검사·공인기관 하나 없고 이 때문에 대기업들은 중소업계들이 구입을 호소해와도 위험부담 등의 이유로 구입을 기피하게 된다. 더구나 일본 등 외국경쟁업체는 그 즉시 덤핑으로 치고 들어오지 않는가.
마지막이 그동안 우리정부의 안목이 얼마나 부족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물류비용의 급증이다. 현재 국내업체들은 교통체증·항만적체 등으로 일본·미국보다도 훨씬 많은 비용을 길바닥이나 부두바닥에 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사회간접자본의 문제는 기업체가 아닌 전적으로 정부의 문제인 것이다. 【김창원<한국경제조사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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