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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에세이 ⑮ 베어스 베스트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5호 16면

오늘의 라운드 파트너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장타 비결을 전수하고 있다는 티칭프로 그레그 스태퍼드. 드라이브샷에선 아마추어와 프로를 통틀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한

장타왕과 함께 만난 ‘성형미인’

‘장타왕’이다. 2002년 라스베이거스의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열린 이벤트 대회에서 12시간에 걸쳐 무려 1000회 연속 300야드 이상 공을 날려보낸 기록을 갖고 있다. UCLA 생물학을 전공한 뒤 뉴욕에서 의대를 졸업하고도 골프가 좋아 티칭프로의 길을 걷고 있는 사나이다.

이 사내, 드라이빙 레인지에서부터 무력시위를 벌이더니 1번 홀(파4ㆍ413야드)부터 장타 실력을 뽐냈다. ‘딱~’ 하는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공이 허공을 가르더니 그린에 불과 20야드 정도 못 미친 지점에 공을 떨어뜨렸다.
2번 홀(파5)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티샷을 350야드 넘게 날려보내더니 가볍게 버디를 잡아냈다.

300야드 이상을 날려보내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간혹 슬라이스가 나긴 했지만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를 어림잡아 보니 350야드는 족히 넘을 것 같았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키는 1m80㎝. 존 댈리처럼 오버스윙을 하는 것도, 버바 왓슨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패는 것도 아니었다. 특징이라면 스윙 아크가 무척 크다는 점과 티(tee)를 다른 사람보다 높게 꽂는다는 것 정도. 장타의 비결이 뭘까.

“마인드가 중요하다. 테크놀로지의 눈부신 발달로 누구나 300야드 가까이 공을 날려보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장타를 때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코킹(손목꺾기)’의 중요성을 몸소 느껴야 한다. 코킹이란 백스윙 과정에서 축적된 파워를 전달하는 메커니즘인데 이걸 빼놓고는 장타를 이야기할 수 없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파3의 4번 홀에 다다랐다. 백 티 기준으로 229야드나 되는 긴 홀. 그는 7번 아이언을 들고 티샷을 했다. 그린에 약간 못 미치긴 했지만 웬만한 사람 같으면 드라이버나 3번 우드를 휘두를 만한 거리에서 7번 아이언을 잡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베어스 베스트가 호락호락하게 볼 만한 코스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페어웨이와 그린 주변 곳곳에 전략적으로 배치한 벙커가 골퍼를 괴롭혔다. ‘장타왕’인 스태퍼드도 어른 키의 두 배 이상 되는 벙커에서 허우적대기 일쑤였다. 무턱대고 어렵기만 한 코스는 아니었지만 실수를 할 때마다 가혹한 징벌이 따랐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두 번 이상 굿 샷이 이어지면 어김없이 좋은 스코어가 기다리고 있었다.

베어스 베스트는 니클로스가 설계한 전 세계 200여 개 골프장 가운데 베스트 홀을 그대로 옮겨와 모아놓은 코스다. 라스베이거스와 애틀랜타 두 곳에 있으며, 그 가운데 라스베이거스의 코스는 니클로스가 설계한 13개 골프장의 홀을 따왔다. 1번 홀은 PGA웨스트(프라이빗 코스)의 6번 홀, 8번 홀은 콜로라도주 캐슬 파인즈 골프장의 14번 홀을 복사했다. 멕시코의 페블비치로 불리는 ‘카보 델 솔’ 12번 홀을 본떠 만든 곳(2번 홀)도 있고, 캘리포니아주 베어 크리크를 그대로 가져다놓은 홀(12번 홀)도 있다.
베어스 베스트가 ‘세 미인’은 결코 아니었다. 황신혜의 오똑한 코를 옮기려다 뭉그러진 경우도 있었고, 김희선의 눈을 가져오려다 고양이 눈을 그린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도 무척 즐거웠다. 1번 홀을 거닐 때면 캘리포니아 팜데저트의 사막이 떠오르고, 8번 홀을 지날 때면 나무가 울창한 콜로라도의 코스를 걷는 듯했다. 베어스 베스트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묘미였다.

라스베이거스의 사막 한복판에 콜로라도의 숲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수많은 소나무를 옮겨 심은 정성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구리를 함유한 검은 모래가 특징인 몬태나주 올드 워크스처럼 벙커에 검은 모래를 뿌려놓은 홀(4번 홀)도 있었다. 니클로스가 설계한 한국의 휘닉스파크나 가평베네스트의 홀도 가져다 놨더라면 더욱 좋았을 뻔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골프장을 돌아 나왔다.

베어스 베스트

라스베이거스 공항에서 약 20분, 캘리포니아주 스앤젤레스에서는 승용차로 5~6시간. 그린 120~255달러. www.bearsbe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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