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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유혜리-K-2TV『적색지대』 큰손 우여사 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KBS-2TV의 액션드라마 『적색지대』에서 큰손 우여사 역을 맡아 TV에 첫 출연한 영화배우 유혜리(29)는 브라운관이 좁은 여자다. 영화 『파리애마』에서 보여준 1백70㎝의 키와 꽉 찬 외모 때문이 아니다.
『TV드라마는 카메라가 연기를 쫓아오는 영화와 달리 배우가 카메라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절제할 줄 알아야 해요.』
그간 보트카처럼 거칠고 독한 연기를 요구하는 영화에만 출연 하다보니 질감이 한결 부드러워야 하는 TV연기에선 운신의 폭이 좁게 느껴진다고.
그러나 자신의 연기에 결핍된 영양소가 바로 절제이므로 TV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고 한다.
『연기에 자신이 붙으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와 같은 배역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귀여움·불같은 질투심·단호함·잡초 같은 생명력, 그리고 슬픔을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삶에 대한 긍정적 자세 등 한사람 안에 공존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성격을 합해놓은 역할 말이예요.』
이렇게 야무진 희망사항을 가진 그녀에게 에로 스타라는 세간의 평가는 그리 달가운 것이 못된다.
『에로 배우로 이미지가 굳어버리면 다양한 배역을 맡기가 어려워요. 그 점이 가장 두려웠어요.』 우리나라 에로스타들의 애로사항을 들려주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흥행만을 생각하고 눈요깃거리가 되는 1회용 배우를 발굴해 에로 영화를 만들어온 그간의 제작풍토에 대한 분노가 담겨있다.
그녀는 자신이 꽃병에 꽂아놓은 장미가 아니라 튼튼한 뿌리를 가진 억새풀 같은 연기자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고.
그래서 『파리애마』출연 이후 『오늘여자』『우묵 배미의 사랑』『스물 일곱 송이의 장미』등 다양한 성격의 영화와 연극 『시라노』 등에 출연하면서 이미지 변신을 하는데 몸을 아끼지 않았다.
『우묵 배미의 사랑』에서는 악처 역을 맡아 생활에 지켜 모질대로 모질어진 여자의 연기를 제대로 소화해 에로 스타의 이미지를 한물 벗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 그녀의 실제 이미지는 신체적인 면을 제외하면 에로 스타로서는 적합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녀의 차갑고 딱딱한 분위기에서는 에로 스타로 지녀야할 적당한 온기와 습기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 자신도 이러한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그래서 그녀는 이번『적색지대』에서는 냉정하고 사려 깊은 큰손 역을 통해 자신의 진짜 면모를 보여주겠다고.
지방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하고 영화데뷔 전에는 패션모델 생활을 잠시 했다는 그녀. 말이 빠르고 성격이 급한 것 같아『지금 가장 다급한 게 무엇이냐』고 물어보자『하루빨리 시집가는 일과 11일부터 실험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열 개의 인디언 인형」의 첫 공연을 무사히 마치는 것」이라고 동문서답한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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