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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이어 한국 방위하는 미 장병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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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전쟁 참전 미군 용사의 후손들이 22일 한국 공군 초청으로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했다. 공군 작전사령부 양석환 중위가 마이클 플래미어 병장, 크리스토퍼 험믈 소령, 데이비드 마카우스키 상사, 도널드 미첼 상병(왼쪽부터)에게 전시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성룡 기자]


"외할아버지가 목숨을 걸고 지킨 한국에서 근무하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주한 미 공군 병사가 외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3대째 한국 방위에 기여하고 있어 화제다. 주한 미 공군 51전투비행단에 근무중인 마이클 플래미어(26) 병장이 주인공이다.

플래미어 병장은 "한국인 어머니로부터 외할아버지(장백남)가 한국전쟁 때 한국군 해병대원으로 참전했다고 들었다"면서 "어머니가 40년 전부터 미국에서 사는 바람에 외할아버지를 만난 적은 없지만 외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한국을 수호하겠다"고 말했다. 플래미어 병장의 아버지 도널드 플래미어 주니어도 미 육군 소속으로 1975년과 78년 두차례 한국에서 근무했다.

99년 공군에 입대해 올 3월부터 한국에 근무중인 플래미어 병장은 "우리 가족은 세대를 이어 한국과 관련된 공통된 경험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과 미국이 문화는 다르지만 한국전쟁에 함께 참가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다른 어떤 나라보다 강력한 동맹체다"고 나름의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한국전쟁은 한국과 미국에 아픈 기억이지만 이를 통해 두 나라는 혈맹이 됐다"면서 "양국은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군작전사령부(사령관 조원건 중장)가 22일 6.25 참전용사를 가족으로 둔 주한 미 공군 장병 초청행사에 참석한 플래미어 병장은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한번 더 한국에서 근무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초청행사에는 할아버지, 아버지 또는 삼촌, 외삼촌 등이 6.25 전쟁에 참전했던 주한 미 공군 장병 23명이 참석했다. 주한 미 공군 병력은 9000여 명이다.

미 7 공군에 근무 중인 데이비드 마카우스키 상사의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때 미 육군 사병으로 참전했다가 공을 세웠다. 그의 할아버지는 53년7월 당시 미 육군 상병으로 경기도 연천 석고개 전투에 참전했다. 석고개 전투는 휴전을 앞두고 남북이 한 치의 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격렬한 전투를 벌이던 곳이다. 도널드 마카우스키 상병은 이 전투에서 세운 공으로 미 정부로부터 청동무공훈장을 받았다.

크리스토퍼 험믈(34) 소령의 외할아버지 커비 바우웬은 운전병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험믈 소령은 91년 입대 후 2000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한국에서 근무 중이다. 미 51전투비행단 36전투비행대대에서 F-16 전투기를 조종하는 그는 2000시간의 비행경력을 가진 베테랑이다.

올해로 네번째를 맞는 미 참전용사 가족 초청행사에 참석한 미 공군 장병들은 이날 공군작전사령부 행사를 마치고 한국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용산 전쟁기념관과 경복궁을 둘러보았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kimseok@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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