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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경제충격을 줄이자(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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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거는 경제의 악재」라는 해묵믄 등식은 이번 대통령선거서도 예외없이 그 흉한 얼굴을 드러내 놓고 말았다. 현대그룹의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정부당국의 수사가 확대되면서 또한차례 경제전체가 거센 회오리에 휘말리고 있다.
현대그룹 자체만도 구속·수배,또는 입건된 임직원이 70명을 넘었다니 정상적인 경영이 계속될리가 없다. 현대가 점하는 경제적 비중에 비추어 현대 자체의 생산·판매·투자·수출의 차질만 해도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현대의 마비현상은 불가피하게 현대계열사들의 수많은 하청업체들에도 충격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국세청·증권감독원·은행감독원이 나선 현대그룹의 자금추적조사로 증시와 금융시장이 위축되고 일부 금리의 상승과 주가하락의 부작용마저 나타나고 있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경색되는 가운데 가뜩이나 얼어붙은 업계의 투자심리는 한층 더 움츠러들 것이 뻔하다.
새로운 악재가 없더라도 이미 우리경제는 경기변동의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아 예사롭지 않은 설비투자의 냉각과 수출의 활력상실,그리고 발등의 불이 된 대외통상현안의 처리로 부대끼고 있는 판국이 아닌가.
대통령후보들이 과거의 어느 선거때보다 경제정책에 역점을 두고 경제발전의 화려한 청사진을 내걸고 있는 선거에서,그리고 특히 국민당 정주영후보가 「경제대통령」을 애써 표방하고 있는 선거에서 현대­국민당의 유착관계를 둘러싼 잡음이 마침내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가하는 사태로 발전할 것은 크게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올 한해만을 돌이켜봐도 정치적 파문으로 인한 경제의 주름살은 엄청난 것이었다. 정 후보의 정계진출에 이은 국세청의 현대그룹 세무조사,박태준포철회장의 민자당 탈당,김우중대우그룹회장의 정치참여설 등 경제에 미친 영향은 아직도 우리기억에 생생하다. 이 모든 사건들은 우리경제의 충격흡수능력이 가장 약할때 일어났고 그로인한 후유증 치유의 부담은 온국민이 함께 져야 했던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각 정당과 정부,그리고 전체 유권자들은 선거의 경제적 후유증을 줄이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불법선거를 가려내는 매섭고 가차없는 수사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배려는 꼭 필요한 것이다.
현재 최대의 선거쟁점으로 떠오른 현대그룹의 선거지원 혐의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현대측이 더 이상의 혐의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수사당국도 혐의부분의 수사는 계속하되 통상적인 기업활동을 존중한다는 정신에 투철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현대그룹의 경영이 하루빨리 정상화됨으로써 우리경제의 주름살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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