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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 개국 1주년 상업성 앞세워 고속성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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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출범 전부터 「6공 최대의 특혜」라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던 SBS-TV방송이 9일로 개국 1주년을 맞는다.
80년 언론 통폐합으로 동양 방송이 사라진지 10년만에 등장한 상업 방송 SBS는 그간 독과점 체제에 안주해 침체에 빠져 있던 방송 환경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KBS, MBC가 주말에 고정 편성해 놓은 TV 영화를 금요일 오후 시간대로 끌어내고, 오후11시 시간대에 스포츠 특집을 고정 편성하고, 뉴스 시간으로 인식되어온 오후9시에 드라마를 집어넣는 등 편성 차별화 전략으로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을 넓혔다.
SBS는 또 새로운 스타일의 프로그램 개발에도 신 생사다운 의욕을 보였다.
보도프로의 현실감과 극적 재미를 동시에 갖춘 『그것이 알고싶다』, 바보 흉내 내지 않고 폭력 없이 웃기는 새로운 스타일의 코미디프로인 『코미디 전망대』, 장애인 대상프로인 『사랑의 징검다리』 등이 참신한 프로들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런 SBS의 몇몇 공로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SBS에 대한 각계의 평가는 설립 전부터 우려되던 상업방송 특유의 시청률 경쟁으로 인한 프로그램 전반의 저질화 등 역기능이 더 크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상업성을 내세운 SBS의 시청률 우선 전략이 가장 잘 드러나고 있는 분야는 드라마와 쇼프로. SBS드라마는 선정적인 장면의 노골적인 묘사로 3개 방송사중 가장 많이 방송위원회로부터 제재조치를 받아왔고 지난달에는 『모래 위의 욕망』이 「연출자 3개월 연출정지」라는 중징계를 받기에 이르렀다.
『꾸러기 대행진』 『쇼 서울 서울』 등 쇼프로도 시청률을 의식, 10대 취향으로 제작되고 있는데도 청소년들의 교육적인 측면을 무시한 현란한 옷차림과 저질 대사로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왔던 게 사실이다.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상업성을 내세운 SBS는 외형적인 면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SBS는 당초 95년을 손익분기점으로 잡았으나 올해 SBS의 경영 흑자는 60억∼70억원에 달할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다.
TV방송 1년만에 흑자를 기록한 것은 우리 나라의 TV광고 수요를 감안하더라도 놀라운 것이다.
방송 관계자들은 SBS 경영에서의 성공에 대해 『구성원의 의욕과 편성차별화 전략이 큰 역할을 했으나 실제로는 무차별적인 흥미위주가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신생사로서 일단 자리를 잡고 봐야 하는 것이 급선무인 SBS 측으로서는 선정성 등은 필요악이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월 평균 시청 점유율 28∼29%를 기록하고 있고 수십억원의 흑자를 보기 시작한 SBS에 더 이상 이런 식의 변명은 일말의 공감도 얻기 어렵다.
이제 시청자들은 더 이상 SBS를 보호해야할 어린애로 보지 않는다.
성인이 된 SBS가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가진 건전한 방송으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기를 바라고 있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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