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영삼후보 부인 손명순여사(대선후보 내조24시: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나서는 여자」싫어 잠행유세/시장 등서 서민생활 살피며 “지지호소”/남편은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청와대 가면 소외층 돕기 앞장/「인의 장막」없게 수시로 조언
대통령선거 막바지의 숨가쁜 경쟁 한복판에서 보이게 안보이게 동분서주 하며 「떠도는 표」를 추스르는 대통령후보 부인들은 온종일 허리펼새가 없다. 아직도 30% 정도로 알려진 부동표 때문에 「이삭줍는 부인들」의 역할이 더욱 커진 것이다. 원내의석을 가진 정당의 후보 부인들 가운데 청와대 안주인이 될지도 모르는 「예비 대통령부인」 4명의 생각과 근황을 기호순대로 알아본다(국민당 정주영후보 부인 변중석여사는 병원에 장기입원중이어서 정 후보의 며느리로 대신함).<편집자주>
자신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으면서 김영삼후보의 발길이 닿지않는 곳들을 소리없이 찾아다니는 「잠행유세」로 유명한 손명순여사(64). 지난 1일 김 후보가 초청된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보라색 투피스차림으로 시종 진지하고도 다소곳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킨 그는 방청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두손을 저으며 외면했을 정도로 「인터뷰 사절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심한 손 여사의 언론기피증을 두고 『많이 노출될수록 불리하다는 계산이라면 뭔가 공인의 신분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돌지만,사실은 「나서는 여자」에 대한 일반 유권자들의 거부감을 고려한 선거운동 방침 때문일뿐,매우 현명하고도 적극적인 「대통령 부인감」이라는게 측근들의 얘기다.
손 여사가 특유의 「90도 인사」를 끊임없이 거듭하며 한표를 당부하러 다니는 틈틈이 차안에서 어렵사리 성사시킨 회견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번 선거로 대통령 부인이 된다면 꼭 하고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또 대통령부인의 바람직한 태도와 역할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요.
『대통령 내조자 역할이 우선적이나,대통령과 정부의 손이 미처 닿지 못하는 분야에 대한 민간차원의 활동을 하고싶습니다.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되고 불행한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할 것입니다.』
­김 후보를 위해 나름대로 여론과 정보를 수집해 조언·비판도 하십니까.
『물론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없는 비판과 조언을 항상 해왔고,앞으로도 그럴 생각입니다. 특히 인의 장막에 싸여 나라일을 그르치는 일이 절대 없도록 특별히 여론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선거유세로 바쁜 김 후보를 위해 식사 등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며,옷차림에 대한 조언이나 선택은 누가 하십니까.
『부담이 적고 영양가 높은 식단을 마련하려 애쓰는데,특히 우리집 독특한 메뉴는 우거지국입니다. 그밖에 우유 한컵과 과일 한접시를 더 준비하지요. 또 옷과 넥타이 등은 본인이 스스로 선택하는 편입니다.』
­김 후보의 가장 큰 매력과 장점,그리고 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미래를 내다보는 지도자로서의 통찰력과 역량,그리고 누구와든 격의없이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너무 솔직하고 순진해서 그 험한 정치역경을 어떻게 견뎌왔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듣지만,저는 그런점들이 오히려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녀들(2남3녀)의 교육·결혼문제 등은 누가 결정하셨습니까. 특별한 자녀교육관이나 가훈이 있으십니까.
『항상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각자 독립적으로 생애를 개척하도록 사랑으로 키웠습니다. 늘 정직하고 밝은 사람이 될 것을 강조합니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여성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사회 모든 분야에서 남녀가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여성 스스로 잠재력을 키우고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하며,여성의 적성에 맞는 분야에 진출해 두각을 나타내야 할 것입니다.』
­지난 40년간 정치가의 아내로써 살아오면서 가장 어렵고 보람있었던 일은 무엇이었습니까.
『지난 83년 생사를 건 23일간의 단식투쟁 때가 제일 고통스러웠습니다. 혹시 남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남편을 원망도 했지만 많은 국민들이 따뜻한 성원과 지지를 보내주어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김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며,또 어떤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승리한다면 그것은 평생을 민주주의와 정의사회 실현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결과이지요. 따라서 우리 사회의 병폐를 하나씩 과감히 개혁하는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반드시 자신의 약속을 실현할 것으로 굳게 믿고 있습니다.』
­요즘의 하루 일과는.
『아침 7시부터 하루일정이 시작됩니다. 주로 사회복지 시설과 노인정을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시장을 돌며 주부들의 장바구니 사정을 살피면서 상인들의 지지를 호소하지요. 이런 기회에 당원도 아니면서 김 후보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온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그때마다 얼마나 기쁘고 큰 힘과 용기를 얻는지 모릅니다. 각계 여성지도자들도 만나 의견을 듣고,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지요. 또 여성당원들을 만나 격려도 해야하므로 바쁜일정에 쫓기다 보면 늘 밤늦게야 잠자리에 들게됩니다.』<김경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