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포커스] 순수 아마 서울대 축구부 졸업반 백종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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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체육교육학과 4학년 백종석(24)씨는 대학 스포츠계에서 드물게 보는 '순수 아마추어' 서울대 축구부 선수다.

그는 3수 끝에 서울대에 입학하자마자 축구부에 가입했다. 중학 시절 한 잡지에서 '우승확률 0%, 서울대 축구부'라는 기사를 읽고 수재들의 운동에 대한 열정에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후딱 4년이 흘렀고, 벌써 졸업을 앞두고 있다. 아쉬움은 남지만 후회는 없다고 한다.

*** 전국대회 12전12패

서울대 축구부의 1년 일정은 2월 말 울산 전지훈련으로 시작한다. 신입 부원들과 함께 10일간 훈련을 하면서 팀워크를 맞춘다. 전국대회는 1년에 두 차례 정도 출전한다. 현 감독은 축구부 선배인 강신우(SBS 해설위원)씨.

학교에서 나오는 지원금은 1년에 2백만원이 고작이다. 지방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려면 축구부 출신 선배들의 도움을 받고, 선수들도 조금씩 보태야 한다. 올해도 춘계연맹전(광주) 출전비로 1인당 15만원씩 갹출했다. 대회와 중간고사 기간이 겹치는 경우에는 교수님께 사정사정해 별도로 시험날짜를 받고, 대회가 끝난 뒤에 시험준비로 또 며칠 밤을 새워야 한다.

백선수는 2학년부터 3년간 전국대회 12경기에 출전했다. 결과는 전패. 그는 "일주일에 세 번, 그것도 두세 시간밖에 훈련하지 못하는 팀이 전원 특기자로 구성된 팀을 이긴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죠. 그렇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것도 아니에요. 접전을 펼치다 후반 추가시간에 골을 먹어 1-2로 진 적도 있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 이기는 꿈 숱하게 꿨죠

추계연맹전 성덕대와의 올해 마지막 경기는 잊지 못할 추억이다. 그동안 공부했던 운동생리학.영양학 등을 실전에 적용해 봤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며칠 전부터 찹쌀밥 등 고탄수화물 식사를 했고, 경기 전날에는 링거 10병을 어렵게 구해다 골키퍼를 제외한 주전 10명이 나란히 누워 주사를 맞아보기도 했다.

서울대 축구부를 '그냥 재미 삼아 해보는 팀'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백선수는 그런 말에 펄쩍 뛴다.

"우리는 대한축구협회에 당당히 '1종 선수'로 등록돼 있습니다.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공부하면서 운동하기 때문에 훈련량이 부족해 잘 이기지 못할 뿐이죠. 우리도 정말 이기고 싶습니다. 리드한 상태에서 종료 휘슬이 울리고, 감격에 겨워 서로 얼싸안는 꿈을 몇 번이나 꿨는지 모릅니다."

백선수는 모든 대학 축구부가 서울대처럼 순수 아마추어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실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입학과 성적 관리를 좀더 철저히 해서 '공부하는 운동선수'가 많아졌으면 한다.

백선수는 서울대 대학원 스포츠심리학 과정에 합격했고, 내년 2월 28일 해병대 학군장교로 입대한다. 앞으로의 꿈은 축구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젊은 날의 땀과 순수가 밴 파란색 유니폼은 그가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지도자'로 성공하는 날 훈장처럼 빛날 것이다.

정영재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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