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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교민들 정치에 관심 가질 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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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최근 한인교포들이 미정계에 대거 진출해 흐뭇한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캘리포니아 가든그로브시 의원으로 당선된 정호영씨(58)가 외무부장관 초청으로 모국을 방문했다.
정씨는 지난 11월3일 실시된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가든그로브시 의원 선거에서 동양인으로는 유일하게 후보로 출마해 나머지 11명의 후보와 경합을 벌인 끝에 당선됐다.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가든그로브시는 한인교포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제2의 코리아타운이라고 불리는 곳. 그러나 이곳은 또 한인교포 이외에 아시아인·멕시코인·인디언·독일인 등이 고루 모여 사는 까닭에 정씨 자신도 당선을 장담하지 못한 터여서 다민족 시민들의 지지를 모은 정씨의 이번 시의회 진출은 교포 사회에 자신감을 불어넣은 쾌거로 평가되고 있다.
『여러 국가의 전통적인 상품 교역과 문화 행사를 치러낼 국제교역문화센터 건립은 이번 선거에서 제가 내세운 약속 중 가장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현재 가비지시티(쓰레기도시)라 불리는 가든그로브시를 문화가 숨쉬는 도시로 가꿀 계획입니다』라며 정씨는 국제교역문화센터 건립으로 상가가 죽어가고 있는 가든그로브시의 경제를 일으켜 세워 궁극적으로는 한인타운의 활성화에 이바지하겠다는 다부진 의지를 펴보였다.
경북 청도가 고향인 정씨는 한국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정치학석사학위를 받은 뒤 67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낮에는 일을 하는 가운데서도 제임스 메디슨대에 MBA를 취득한 정씨가 포부를 갖고 도전한 일은 보험세일즈. 보험업계에서 뛰어든지 22년째 접어드는 정씨는 이젠 세계 유수의 보험회사로 꼽히는 스테이트 팜 보험회사의 에이전트(대리인)로서 그의 사무실로 찾아오는 고객을 「점잖게(?)」만나고 있지만 지난날 문을 두드리고 다니며 보험을 팔았던 경험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직업인이다.
정씨는 경제적으로 성공을 다져갈 즈음 초기 이민생활의 쓰라린 고통을 돌이켜보며 교민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 미시민들이 한글간판을 금지하는 입법을 추진할 때 이에 대해 반대운동을 벌여 한글간판을 쓸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지켜내는 등 교민사회를 위한 일이라면 발벗고 일해온 고집 센 일꾼이다. 소수민족상공인연합회 회장과 오렌지카운티 한인회장을 역임한 정씨는 현재 교민들의 최대행사로 꼽히는 한인축제의 초대집행위원장이기도 하다.
정씨는 『우리 교민들이 미국사회에서 경제자립의 우수성을 확인한 만큼 이젠 정치적으로도 이에 상응하는 역할을 해야 할 때』라며 『교민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는 연방하원의원에까지 도전하겠다 공고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정씨는 한국에서 음악교사를 하던 부인과의 사이에 장성한 딸 넷을 두고 있다.<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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