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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에 다가온 고속철 시대…눈앞이 캄캄한 국내선 항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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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대구에서 안경업체 '뉴스타광학'을 경영하는 장지문(48)사장은 고속철도 운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한달에 서너번 서울을 오가는 그는 지금까지 비행기를 주로 이용했으나 앞으로는 고속열차로 바꿀 작정이다.

동대구역에서 1시간39분 만에 서울역에 도착할 수 있어 대기시간 등을 합치면 두시간 정도 걸리는 비행기보다 시간이 절약되기 때문이다. 요금도 4만원 선으로 예상돼 6만5백원인 비행기보다 싸다.

내년 4월 고속철도 운행을 앞두고 국내 항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으로 인한 고객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선 노선 감축=대한항공은 하루 9회 왕복하는 서울~대구의 운항 편수를 80% 감축하고 27회인 서울~부산 노선도 절반 가까이 줄일 계획이다. 대신 단거리 국제선을 늘릴 방침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부산.대구.제주 등에서 일본.중국 등으로 운항하는 근거리 국제선을 늘리는 한편 부정기 노선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도 김포~대구.포항 노선의 70%, 김포~부산은 40%를 줄일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운항 편수는 하루 1백4편에서 84편으로 줄게 된다. 국내선용 항공기 22대 가운데 네대를 리스회사에 반납해야 할 형편이다. 국내선에서 일하던 인력도 10%가량을 감축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현재 16.6%인 국내선 항공권의 인터넷 판매 비중을 높이고 자동발권기를 설치해 인건비 부담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대구는 물론이고 포항.울산의 항공 수요도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교통개발연구원은 서울~대구 노선은 80%, 서울~부산 노선은 45~55%, 서울~울산.포항 노선은 30~50% 승객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호남선의 경우 상대적으로 항공업계의 타격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서 출발하는 광주.목포행 고속열차가 평일 하루 네 편에 불과한데다 소요 시간도 2시간 30분과 2시간 49분씩으로 항공기에 비해 크게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공기 탑승을 위한 대기 시간 등을 감안하면 고속철도가 더 편리해 항공업계가 감편 등의 대책을 검토 중이다.

◇가격.서비스 경쟁 치열할 듯=항공사들은 4백㎞ 안팎의 구간에서는 항공의 경쟁력이 고속철도에 뒤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서비스 강화 등의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일본의 경우 1964년 10월 신칸센(新幹線) 도쿄~오사카 구간(5백15㎞)이 개통된 뒤 항공 수요가 50% 가까이 줄었다. 오사카~히로시마 노선은 1975년 신칸센이 개통된 뒤 승객이 급감해 아예 폐지됐다. 이에 따라 일본 항공업계는 꾸준한 가격.서비스 경쟁을 벌여 이제는 신칸센과 공존할 수 있는 수준에 올랐다.

교통개발연구원 홍석진 박사는 "철도와 항공의 예약 시스템을 연결시켜 수요를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고속철도와 경쟁이 아닌 보완관계를 이룰 때 항공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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