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 50개社 조사] 기업들 배당 확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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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저금리 기조와 기업들의 실적개선으로 배당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았던 한해였다. 특히 연말이 다가오면서 S-Oil.KT&G 등 고배당주들이 '배당주 테마'를 형성하며 증시를 주도했고, SK텔레콤 등 배당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기업들이 '깜짝 배당'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업들의 주주중시 경영이 확산되고 외국인의 배당압력이 거세지면서 앞으로 배당을 늘리는 기업은 점점 증가할 전망이다. 더욱이 내년부터 수시배당제와 함께 배당소득 비과세혜택이 확대되면서 본격적인 배당투자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늘어나는 고배당 기업=지난 23일 SK텔레콤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주당 5천5백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배당금인 1천8백원보다 세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SK텔레콤은 또 내년부터 중간배당을 실시하기로 하고 배당성향(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25%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프에스텍은 지난해보다 50% 늘어난 6백원의 배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히자 주가가 단숨에 가격제한폭까지 치솟기도 했다.

증권거래소가 배당계획을 공시한 12월 결산 50개사의 배당률을 조사한 결과 시가배당률(현 주가 대비 배당률)이 평균 6.77%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2월 결산기업의 시가배당률(4.75%)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증권거래소는 2001년 65.3%였던 배당실시 기업이 지난해 67.9%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에는 70%선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원증권 양종인 수석연구원는 "현금배당을 통해 주가관리를 하는 기업들이 계속 늘고 있는 추세"라며 "배당투자는 주가 상승을 통한 이익과 함께 시중 금리 수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7월 21일 배당을 많이 해온 50개 기업을 편입해 만든 주가지수인 배당지수(KODI)의 상승률이 17.9%로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을 4%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차등 배당에 나서고 있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삼영이엔씨는 소액주주에게 주당 1백5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다. 대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금(25원)보다 6배나 많다. 대주주의 지분율이 61%에 달하고 있는 동양에스텍도 대주주에게 주당 75원의 배당을 지급하지만 소액주주에게는 1백원의 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화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한 유인책으로 차등 배당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자본의 국외 유출=외국인의 지분 증가로 외국인들이 해마다 받아가는 배당금 규모가 급증하면서 국내 자본의 국외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총 배당금 가운데 절반이 넘는 4천3백억원을 외국인 주주에게 지급했다. 외국인은 올해에도 삼성전자.국민은행.POSCO.현대자동차.KT 등 5대 기업에서만 1조2천억원가량을 배당금으로 가져갈 전망이다. 한화증권 洪팀장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3월이면 해마다 자본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해가 맞는 외국계 펀드들이 연대해 고배당을 요구하며 기업을 압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WPP가 최대주주인 LG애드는 지난해 액면가 대비 1백%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미래에셋증권 안선영 연구원은 "배당금의 증가는 이익잉여금이 외부로 유출된다는 점에서 기업의 성장 여력을 줄이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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