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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10대 우리가 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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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일 경기도 과천시민회관에서 '2007 밝은 사회를 위한 범죄예방 한마음대회'가 열렸다. 정해창 심사위원장, 중앙일보 송필호 사장, 김성호 법무부 장관, KBS 이원군 부사장(앞줄 오른쪽부터)이 수상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김상선 기자]

법무부와 중앙일보, KBS가 공동 주최하는 '2007 밝은 사회를 위한 범죄예방 한마음대회'가 20일 오전 경기도 과천 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성호 법무부 장관과 중앙일보 송필호 사장, KBS 이원군 부사장, 법무부 범죄예방위원 전국연합회 류봉식 회장을 비롯해 1500여 명이 참석했다. 식전 행사로 서울 성지고 댄스동아리팀 '디아트'가 비보이 및 발라드 공연을 벌였다.

시상식에선 22년간 소년소녀 가장 300여 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온 김승제(55.서울 남부지역협의회) 범죄예방위원이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고 29명이 정부 포상 대상자로 뽑혔다. 1985년부터 교도소를 출소한 갱생보호대상자 173명을 지원해 온 김종휘(67.제주지역협의회) 범죄예방위원을 포함한 11명은 자원봉사상을 받았다. 범죄예방위원 고양지역협의회(회장 성호정) 등 5개 지역협의회는 단체표창을 받았다.

김성호 장관은 "최근 형사정책은 범죄자의 처벌보다는 '보호와 선도를 통한 예방 및 사회 복귀 지원'을 강조하는 추세"라며 "특히 청소년의 비행을 예방하는 데 범죄예방위원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필호 본사 사장은 축사에서 "범죄예방위원들의 헌신적인 봉사 활동은 우리 사회를 더불어 사는 공동체로 만드는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며 "중앙일보도 자원봉사 캠페인을 통해 여러분과 한마음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범죄예방위원 전국연합회는 전국에 56개 지역협의회를 두고 있다. 회원은 1만6000여 명이며, 비행 청소년 선도와 출소자 지원을 위한 각종 활동을 한다.

정효식 기자<jjpol@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국민훈장 모란장 김승제씨
"스승께 받았던 은혜 청소년에게 갚은 셈"

"한때의 잘못으로 방황하는 청소년에게 꿈을 주고 싶을 뿐입니다. "

서울 남부지역 범죄예방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승제(55) 스타코 대표. 그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소년소녀 가장과 청소년에게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타코는 입시.보습학원인 '대학학원'과 오피스텔 임대사업을 겸하고 있는 거래소 상장기업이다.

김 대표가 불우한 청소년을 위해 봉사활동에 나서게 된 것은 자신의 성장 배경에서 비롯됐다.

충남 서천이 고향인 김 대표는 초등학교 때 부모님을 여의고 고아가 됐다. 1967년 열다섯 나이에 홀로 상경했다.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어렵게 고학을 했다. 수도중 1학년 10반에 입학했던 김 대표는 당시 담임이던 김정열(64.여) 교사의 도움을 받았다. 당시 스물네 살 초임의 젊은 여선생님은 어려운 형편 때문에 동급생보다 나이가 세 살 많았던 김 대표를 물심양면으로 돌봤다. 김 대표가 경기도 파주에서 통학하는 것이 안쓰러워 같은 학교에 다니던 넉넉한 동급생 집에 가정교사로 입주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3학년 때는 "리더십을 키우라"며 학생회장에 나설 것을 권유했다.

김 대표는 "선생님은 항상 '너도 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주셨다"며 "이때부터 청소년적십자봉사회(RCY)에서 활동하면서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85년 '대학학원'을 인수하면서 교육사업에 뛰어든 것도 김 교사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2002년에는 재단의 부도로 관선이사 체제로 운영되던 은광여고를 인수했다. 그러곤 옛날 담임 김 교사를 교장으로 모셨다. 35년 만에 보은(報恩)한 것이다.

김 대표가 법무부 범죄예방위원을 맡으며 힘쓴 것은 두 가지다. 자신처럼 불우한 환경의 청소년이 잘 자라도록 돕는 것이다. 또 교도소 출소 뒤엔 재범죄를 저지르지 않게끔 봉사활동을 펼치도록 이끌었다. 지금까지 형사입건된 기소유예자 73명, 갱생보호대상자 45명의 사회 정착을 지원했다. 출소자 50여 명의 취업을 알선하기도 했다. 98년 지역인사들과 함께 5억8000여만원을 모아 남부선도 장학재단도 설립했다. 매년 40~70명의 소년소녀 가장이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이 장학금을 지원받았다. 김 대표는 97년부터 매년 5월 지역 중.고교 학생들에게 효도장학금을 줬다. 지금까지 300여 명이 2억원가량을 받았다. 2005년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던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집안의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한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김 대표는 "북한 탈북 청소년들이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에도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사재를 털어 장학재단 규모를 더 키울 계획이다.

정효식 기자

자원봉사 대상 김종휘씨
출소자들 취업시켜 사회적응·둥지·역할

자원봉사상 대상을 받은 김종휘(67.일성건설 대표)씨가 출소자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시작한 건 25년 전이다. 1983년 갱생보호시설 공사를 수주한 것이 인연이 됐다. 하지만 법무부가 책정한 공사비로는 최소한의 시설밖에 지을 수 없었다.

"딱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겠다는 시설인데 너무 초라할까 봐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가구와 집기를 넣어줬어요."

출소자를 위한 자원봉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가 됐다. 85년 범죄예방위원을 맡으면서 자원봉사가 거의 '본업'으로 바뀌었다. 출소자들을 자신의 회사에 고용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50여 명의 출소자가 김씨의 회사에서 일하다가 자립했다.

자신의 회사로 취업한 출소자의 월급 관리를 위한 전담직원을 따로 뒀다. 3~4년 뒤 새 가정을 꾸릴 때쯤 월급은 목돈으로 변했다. 지금까지 도와준 출소자는 156명이다. 96년 제주지역 갱생보호분과 위원장을 맡으면서 25명의 출소자를 위한 합동 결혼식을 열어줬다.

김씨는 출소자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 '늦깎이' 공부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법무부 보호관찰소에서 교정분야 교육을 할 때마다 쫓아다녔다. 5년 전엔 경기대의 범죄예방학 대학원 과정을 이수하기도 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 국민훈장 목련장·석류장 (4명)

◆정팔도(68)씨는 1982년부터 지역 보육원 아동들에게 생계비 일부를 지원했다. 재소자와 갱생보호대상자의 자립을 도와준 공로로 목련장을 받았다. 경기 수원지역협의회 회장이다. 보육원 아동, 소년소녀 가장 21명과 자매결연을 해 3840만원의 생활비를 보조했다. 99년 자신의 이름을 딴 정팔도 장학회를 만들어 중.고교생, 대학생에게 모두 4억7581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김성옥(63)씨는 95년부터 선도 조건부 기소유예자 50명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해왔다. 수시로 이들의 가정을 방문해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노력한 점이 인정돼 목련장 수상자가 됐다. 서울중앙협의회 범죄예방위원. 서울 강남지역 유흥가를 다니며 '19세 미만 청소년 고용.출입금지' 표지를 부착하도록 권유했다. 청소년들을 위한 건전한 생활환경을 만드는 데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창일(81)씨는 85년 범죄예방위원으로 위촉됐다. 인천지역협의회에서 22년 동안 청소년 보호활동을 펼친 공로로 석류장을 받았다. 인천지역협의회 상임 부회장. 인천지역협의회에 무보수로 상근하면서 22년 동안 매년 1100만원씩 2억1000만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범죄예방 활동을 했다. 99년 4억9000여만원을 모아 인천사랑잇기 청소년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임헌영(60)씨는 88년부터 경제적으로 어려운 출소자 516명의 자립을 꾸준히 지원해 석류장을 받았다. 인천지역협의회 범죄예방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2001년 이후 98명의 출소자를 자신이 운영하는 자동차공업사에 정비공으로 채용했다. 지인들이 운영하는 업체에 운전기사나 세차원으로 취업을 알선했다. '출소자 재사회화 교육프로그램'을 위해 2869만원을 지원했다.

■ 자원봉사상 본상 (5명)

◆김숙정(64)씨는 1995년 부산지역 범죄예방위원에 위촉됐다. 보호관찰 청소년 150명에게 47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96년 독거노인, 지체장애인 등 소외 계층을 위한 '한사랑봉사회'를 만들어 11년째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이몽두(64)씨는 26명의 청소년 보호관찰 대상자를 상대로 선도 활동을 했다. 18년 동안 단 한 명의 재범자도 나오지 않았다. 직업이 없던 보호 대상 청소년 5명을 자신의 집에서 돌보며 취업을 알선했다. 89년 경남 의령지역 범죄예방위원에 위촉됐다.

◆이성자(54)씨는 연고가 없는 출소자들이 지내는 갱생보호공단에 440만원어치의 생필품을 건넸다. 인천 남동구청에서 추천받은 불우 청소년 7명에게 34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99년 인천지역 범죄예방위원으로 위촉됐다.

◆김대형(53)씨는 98년부터 보호관찰 대상자 중 가정 형편이 어려운 중.고교생 38명에게 900만원의 학자금을 지원했다. 제주지역 범죄예방위원으로 위촉된 것은 94년이다. 유흥업소 밀집 지역에서 업주.청소년 등을 상대로 청소년보호 캠페인을 140차례 이상 벌였다.

◆박정렬(47.치과의사)씨는 94년 광주소년원 보호소년지도위원으로 위촉됐다. 그동안 2800여 명의 소년원생에게 무료로 치과 진료를 해 왔다. 광주소년원에 치과 진료용 의자세트, 치과용 X선 촬영기 등 1100만원 상당의 의료 장비를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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