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가 특종한 대운하 보고서 '최초 작성은 수자원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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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운하 보고서는 모두 세 종류로 알려졌다. 가장 두툼한 건 37쪽짜리고 얇은 건 한 쪽짜리다. 청와대까지 올라간 건 9쪽짜리다. 노 대통령은 9쪽짜리를 본 뒤 "제정신 가진 사람이 대운하에 투자하겠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본지 취재팀이 정치권과 건설교통부.수자원공사 등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그렇다.

37쪽 보고서는 4일 중앙일보사가 발행하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단독 입수해 처음 보도했다.

수자원공사가 국토연구원.건설기술연구원과 함께 태스크 포스(TF)를 구성, 2월부터 5월 중순까지 작업해 만들었다고 한다. 표지엔 작성자가 'TF'로 돼 있다. 제목은 '경부운하 재검토 결과보고'다.

한 쪽짜리 보고서는 37쪽 중 가운데 한 페이지다. 왼쪽 상단에 작은 글씨로 '대외 주의'라고 적혀 있고 제목은 '경부운하 재검토 결과(요약)'이다. 마지막에 "경부운하는 타당성이 부족"이라고 씌어 있다. 수자원공사 고위 간부가 5월 하순 이용섭 건교부 장관에게 첫 보고한 게 이 한 쪽짜리다.

이 장관이 첫 보고를 받은 뒤 며칠 있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이 "수자원공사가 작성한 대운하 보고서를 공개하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했다. 그 직후 이 장관에겐 대운하와 관련된 제2차 보고가 있었다고 한다. 이때 이 장관이 본 게 문제의 9쪽 짜리 보고서다. 제목은 '경부운하 재검토 중간보고'다.

이 보고서는 19일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건교부가 국회에 공식 제출함으로써 실체가 드러났다. 작성자는 37쪽짜리의 TF와 달리 '(건교부) 수자원 기획관실'로 돼 있다.

그러나 ▶대운하 건설 비용을 1조원 정도 줄이고(18조원→17조원)▶물류 운송시간을 2시간 늘려 잡는(46시간→48시간) 등 '사소한' 차이를 빼곤 37쪽짜리의 앞 부분과 일치한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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