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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공권력에 대통령이 피해 입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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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재인 비서실장이 2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안성식 기자]

문재인 비서실장이 20일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그는 "저희가 과도하게 정치적 관심을 받는 현상이 솔직히 부담스럽다"며 임기말 청와대가 정치 논란의 중심이 되는 데 대한 소회를 드러냈다. 문 실장은 그 이유를 "차기 후보들 간 대결 구도가 아직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며 "범여권 주자들이 나서기 시작하니 점차 대결구도가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청와대는 정책에 전념하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의 초점도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중앙선관위 결정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에 쏠렸다.

문 실장은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 이미 민정수석실은 법적 검토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청와대 내에선 헌법소원보다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내자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권한쟁의 심판청구가 마치 선관위와 권한 다툼을 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헌법소원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헌법소원이 적절한지를 놓고 헌법학자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는 데 대해 문 실장도 "선관위가 선거법을 준수해달라고 요청한 게 행정처분인지는 논란이 있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이 작용했고 그 결과 대통령이 피해를 본 만큼 법치국가에서 다툴 수 있는 방법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관위가 연이어 위법 결정을 내리자 청와대 내부는 잔뜩 격앙돼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선관위가 해도 너무한다"며 "한나라당 후보들은 마음껏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해도 되고 대통령은 안 된다는 거냐"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런 불만에는 범여권의 대선 진용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입마저 묶일 경우 정국 불균형이 커질 수 있다는 불안이 깔려 있다. 청와대가 현직 대통령의 헌법소원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감수하기로 한 이유다. 청와대는 선관위를 상대로 '준법투쟁'도 병행할 방침이다. 문 실장은 "대통령이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느냐"는 질문에 "선관위 결정은 존중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기준을 (선관위에) 질의해 가며 하겠다"고 말했다.

박승희 기자<pmaster@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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