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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허상 꼬집은|미 정치영화 눈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주말에 선보이는 영화 중 관심을 끄는 작품은『밥로버츠』『라스트 모히칸』『죽어야 사는 여자』. 대선 열기가 더해 가는 가운데 소개되는『밥로버츠』는 고감도 정치풍자영화,『라스트 모히칸』은 미국 인디언 모히칸 족 전사의 모험과 사랑을 그린 액선 멜로물,『죽어야 사는 여자(Death Becomes Her)』는 SF 블랙코미디다.
『밥 로버츠』는 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 선거를 소재로 정치 판을 풍자한다.
감독의 주장은 정치의 권위란 대중매체의 대중조작 결과라는 것.
주인공 밥 로버츠는 선거유세에 포크송·뮤직비디오를 동원, 유세 장을 쇼 무대화한다.
쇼적 유세방법은 적중, 대중은 그를 따른다.
요즘 대선 유세 장에 연예인을 끌어들이는 이유도 말초적 정서 파고들기일텐데 선거가 지나치게 축제 화되면 정치는 실종하는 법.
문제는 매스미디어다. 후보들의 정책전달에 신경을 쓰면서도 선거보도를 스포츠 중계하듯, 실황공연 보여주듯 후보 개인의 잡사보도에 치중해 유권자의 판단을 흐려 놓는다.
이 영화에서는 더욱이 주인공이 의도적 테러를 당한다. 매스미디어는 물실 호기, 황색 성을 유감없이 발휘해 그를 소영웅으로 만든다.
각본·감독·주연을 한꺼번에 맡은 팀 로빈스는 미국인이 공화당·민주당이 차별화 된 정당이라고 믿는 것은 대중적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제3의 정당(정책)이 발붙이지 못하는 현실에서 미국 유권자는 A와 B중의 선택이 아닌 A와 A′사이에서「착각의 선택」을 할 뿐이라는 것.
색깔이 비슷하니 정치가 쇼 화하고, 대중의 의사와는 유리된 파워엘리트간의 정권교대를 꼬집은 것인데, 논리가 다소 튀나 귀기울여 볼만한 대목도 적지 않다.『라스트 모히칸』은 신나면서도 애잔한 내용의 모험 극이다.
때는 영국·프랑스가 아메리카대륙 쟁탈전을 치열하게 펼치던 1700년대. 무대는 허드슨 강 상류 산악지대.
영화가 신나는 것은 박진감 넘치는 액션 때문이고 애잔한 것은 까마득한 절벽 밑으로 떨어지며 최후를 맞는 모히칸 전사와 그를 따라 몸을 날리는 영국 처녀의 사랑 때문이다.
그 사랑은 밀어조차 못 나눠 보고 마음으로만 느낀 것이기에 더 비극적이다.『프라하의 봄』『나의 왼발』에서 멋진 연기를 보여줬던 대니얼데이 루이스가 예의 그 강렬한 눈빛으로 관객을 쏘아보며 모히칸 족속에서 자란 백인청년 호크 아이(매의 눈)역을 맡아 열연했다.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의 유명한 소설『모히칸 족의 최후』를 토대로 마이클 만 감독이 연출.
아버지가 있는 영국군 요새로 찾아가는 자매를 모히칸 전사들이 우연치 안내하면서 겪는 모험과 사망이 대륙의 대자연 속에서 펼쳐진다. 뉴스위크 영화평자 데이비드 안센은『웅장하고 낭만적인 서사시』라고 칭찬했는데 동양적인 슬픔을 바닥에 깐 오락 활극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린다.
『죽어야 사는 여자』는 스태프·출연진이 우선 관객의 눈길을 잡아끈다. 로버트 제매키스 감독은『백 투더 퓨처』『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하랴』등 특수효과 연출에 재능을 발휘했고 브루스 윌리스·메릴 스트리프·골디 혼·이사벨라 로셀리니 등 출연진은 연기경력·미모등 호화판으로 구성됐다.
젊음과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고 파 신비의 묘약을 먹은 두 여인(어렸을 때부터 앙숙이다)이 그 허망한 욕심 때문에 실제로 죽어도 죽지 않는, 예컨대 목이 뒤로 돌아가 죽으면 그 상태 그대로 살아나는 등 오히려 고통만을 겪는다는 블랙 코미디다. 골디 혼이 뚱뚱이로 변신하는 등 특수효과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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