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런치 2.0'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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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 정보기술(IT)의 본산인 실리콘밸리에서 점심 시간을 적극 활용해 홍보와 인맥 쌓기 행사를 여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IT 업체들이 점심 시간에 구내 식당 등에 동종업계 관계자들을 초대해 식사를 함께하면서 기업.기술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네트워킹 행사가 크게 번지면서 이를 가리키는 '런치 2.0'이라는 새로운 이름까지 생겼다. 점심을 뜻하는 '런치'에 새로운 IT붐을 일컫는 '웹 2.0'을 결합한 신조어다. 런치 2.0은 초청자 입장에선 홍보의 장이 되고, 참가자 입장에선 정보 교류와 인맥 확보의 기회가 된다.

런치 2.0은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네 명의 엔지니어가 야후와 구글을 비롯한 주변 IT업체들의 구내 식당으로 '음식 탐방'을 나서면서 시작됐다. 그 뒤 여러 기업이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점심과 기업.신기술 안내 행사를 결합한 이벤트를 마련하면서 런치 2.0은 이 지역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런치 2.0을 시작한 야후의 엔지니어 데이비드 켈로그는 "점심을 먹으면서 업계의 흐름을 파악하고 인적 교류를 넓힐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런치 2.0에 참여한 사람들이 각자 일터로 돌아가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글도 초대 회사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홍보 기회가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그동안 실리콘밸리에서 열려 온 IT 관련 대규모 회의와 달리 런치 2.0은 IT 관련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활력이 넘친다"며 "이는 '위에서 아래로'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 자발적으로 확대된 새로운 형태의 포럼"이라고 말했다. 한편 런치 2.0은 참여자들이 점심을 즐기며 대화와 토론을 즐긴다는 점에서 '최첨단 업계 사람들이 택한 가장 고전적인 방식의 만남'으로도 불린다.

실리콘밸리의 심장부인 팔로알토에 위치한 인맥 구축 인터넷사이트 운영업체 '닝'도 지난주 100명이 넘는 사람을 점심에 초대했다. 이 자리에는 이 회사의 CEO인 지나 비안치니가 직접 나와 회사에 대해 설명하고 참석자들과 토론도 했다. 비안치니는 "샌드위치와 샐러드, 과자와 음료 등 간단한 음식만 준비한 데 반해 내로라하는 업계 인재들을 두루 만날 수 있어 좋았다"며 "이날 만난 사람들 중에서 현재 스카우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실리콘밸리의 '공짜 점심'이 이미 로스앤젤레스.시애틀 등 미국 내 대도시로 확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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