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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내걸고 브로커 활동/이광수씨와 「세계무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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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등기 조차 안돼있는 유령회사/도산한 「나드리」와 깊은거래도/세계/이씨는 JC간부직함도 여러개 지녀
1백70억원 상당의 가짜 CD를 시중에 내다팔아 국내 금융·사채시장을 뿌리채 뒤흔든 사채업자 이광수씨(41)는 과연 어떤 인물인가.
가짜 CD가 이희도지점장의 자살을 전후해 잇따라 확인되고,그 유통규모가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점으로 미루어 두 사건의 직접적 연관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씨의 행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조사결과 이씨는 6월중순 가짜 CD를 한일투자금융에 매도,1백70억원을 챙겨 부인 김광숙씨(37)와 함께 미국으로 갔다가 혼자 16일 귀국했으며 이 지점장 자살사건이 터진뒤 19일 일본으로 출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20일에야 출국금지조치를 취해 이들의 해외도주를 막지 못했다.
이씨는 10억원짜리 가짜 CD 17장을 자신과 부인·처제 김은경(28)·동서 유재덕(33)씨 명의로 각각 나누어 팔았으며 한일투금측은 『첫 거래이긴 했지만 발행처인 동남은행 광화문지점에 전화문의한 결과 증서번호와 만기일 등이 일치해 돈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CD위조에 손을 대기전인 90년 3월 이씨는 서울 흥인동 인지빌딩에 20평짜리 사무실을 임대,「세계무역」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중국산 화병·정수기·핸드폰 등을 수입·판매하는 무역업자로 행세해 왔다.
그러나 세계무역은 법인등기도 돼있지 않은 유령회사로 이씨는 무역보다 주로 기업에 토지매입을 알선하고 커미션을 챙기는 토지브로커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년 4월 문을 닫기까지 이씨는 지난해 도산한 나드리유통의 가평·부천일대 토지매입을 추진하고 이땅을 담보로 광주은행으로부터 토지매입자금대출을 알선하는 등 나드리유통과 광주은행 사이의 거래에 깊이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청소년회의소(JC) 인천서부지부회장·청년정책연구소 이사·JC국제교류위원 등 청년회의소 관련 직함을 이용해 왔으나 공식행사에는 거의 참석하지 않는 등 소극적으로 활동했다.
이씨는 해외도피 직전 처제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JC일로 부부동반 출장을 다녀와야하니 아이들을 돌봐달라』고 부탁한뒤 매일 한차례씩 전화를 해왔으나 19일 언론보도로 이씨 관련사실이 알려진후 연락이 끊긴 상태다.
이씨는 부인 명의의 서울 미아동 20평 다세대주택을 9월 처제부부에게 빌려준뒤 인근 3층 양옥의 1∼2층 50평을 전세 9천만원에 살아왔다.<이훈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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