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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동반자관계 굳어질 것” 옐친/한­러 정상회담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단독회담 예정 50분 넘겨 백10분 계속/“좋은 일 할때 비오면 반드시 성사” 덕담
○9월 방한연기 거듭 사과
▷정상회담◁
노태우대통령과 옐친대통령의 정상회담은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으로 나뉘어 2시간넘게 진행.
노 대통령은 특히 『지난해 8월 쿠데타가 일어났을때 각하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진 용감한 모습은 저는 물론 전세계에 깊은 감동을 주었다』며 『러시아의 민주주의 정착과 경제개혁이라는 제2의 러시아혁명을 주도하시는 각하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언급. 옐친대통령은 『지난 9월 방문계획이 연기된데 대해 다시한번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한뒤 『각하를 비롯한 한국민의 따뜻한 환영에 감사드린다』며 『각하의 모스크바 방문과 저의 이번 한국방문으로 한국과 러시아는 진정한 동반자관계로 발전해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답례.
양국 정상회담은 당초 단독회담 60분과 확대회담 30분으로 예정돼 있었으나,단독회담이 예정보다 50분이상 길어지는 바람에 확대회담은 두나라 정상의 간단한 인사말과 단독회담 결과 설명으로 15분간만 진행. 두 정상은 이어 1층 인왕실로 옮겨 역사적인 「한­러시아 기본관계조약」에 서명. 옐친대통령은 서명을 마친뒤 예정에 없이 『전해줄 것이 있다』며 지난 83년 소련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KAL007기의 블랙박스 본체를 노 대통령에게 전달.
러시아측은 이번 옐친대통령의 방한때 KAL기에 대한 추가자료를 제공하겠다고 했으나 우리 정부관계자들은 기록테이프 원본을 건네줄 것으로 기대했는데,막상 블랙박스 본체를 전해오자 다소 뜻밖이라는 반응과 함께 『러시아측이 상당히 성의를 보이는 것 같다』고 평가. 노 대통령은 청와대 행사를 마치고 떠나는 옐친대통령을 본관 현관앞까지 배웅하며 『지난해 11월 부시 미 대통령이 방한했을때도 비가 왔다』고 하자 옐친대통령은 『러시아속담에 「좋은 일을 할때 비가 오면 그일이 꼭 성사된다」는 말이 있다』고 소개했으며,노 대통령은 『우리도 그같은 속담이 있다』고 화답.
○환영사·답사 낭독도 생략
▷공식환영식◁
19일 오전 청와대 대정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옐친대통령 내외를 위한 공식환영식은 우천으로 본관 1층홀에서 간소하게 거행돼 미리 준비됐던 환영사와 답사는 생략.
오전 10시 정각 팡파르가 울리는 가운데 본관 현관에 도착한 옐친대통령과 부인 나이나여사는 노 대통령 내외의 영접을 받고 반갑게 악수하며 인사.
○경제관계 강화 거듭 강조
▷경제인 오찬◁
롯데호텔에서 이날 낮 열린 경제4단체장 주최 오찬에 참석한 옐친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한국기업의 대러시아 투자 저해요인이 되고 있는 러시아의 정치·경제 불안에 대한 의심을 불식하는데 주력.
옐친대통령은 『한국기업인들 사이에 러시아와의 통상이나 투자협력이 위험하고 불확실하다는 분위기가 퍼져있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시인하고 『그러나 러시아 지도부는 확고한 결의를 가지고 경제개혁 추진계획을 수행하고 있고 그 무엇도,그 누구도 우리를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고 단언.
그는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의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라는 저서내용 가운데 「어려운 시기는 기회」라는 대목을 인용,『이는 말하자면 어려운 시기 즉 위기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두 글자 「위」와 「기」가 각각 위험과 기회를 뜻하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닌것 같다』며 『그러한 철학은 우리 러시아인 기질에도 맞는다』고 한­러간 동질성을 부각.
그는 『우리가 한국에 온 것은 정부간 관계를 새 차원으로 올려 놓기 위해서뿐 아니라 양국간 새로운 경제유대를 맺고 한국기업인과 기존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러시아가 91년도분 차관이자 지불의무를 완수했음을 말씀드리게 된 것을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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