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걱정에 시장이 한동안 술렁였다. 하지만 기우(杞憂)였다. ‘금리 쇼크설’에 놀라 주식을 처분한 투자자들은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글로벌 금리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물가다. 지난주 시장의 이목은 두 나라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에 쏠렸다. 12일 나온 중국의 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4%로 시장 예측치(3.3%)를 약간 상회했다. 투자자들은 그 의미를 두고 헷갈려 했다. 걱정이 앞선 사람은 주식을 팔았다. 그러나 15일 발표된 미국의 근원 C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1%로 시장 전망치(0.2%)를 하회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선 2.2% 상승에 머물러 최근 1년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 소식에 주말 미국과 유럽의 증시는 다시 뛰었다. 금리인상 우려를 덜게 됐다는 안도감에서다. 미 국채 등 시장 실세금리는 일제히 내림세로 돌아섰다.
최근의 글로벌 금리상승 흐름은 경기회복 추세를 반영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 한다. 경기가 좋아지면 기업투자와 민간소비가 늘어나 ‘돈의 값’인 금리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금리상승은 곧 주가에 악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정답은 “그때 그때 달라요”다. 경제가 바닥을 벗어나는 경기회복 국면에선 주가와 금리가 나란히 상승하는 게 일반적 추세다. 이에 비해 경기가 정점에 도달한 뒤 기업 도산 등에 따른 자금 경색으로 금리가 오르면 주가는 곤두박질한다.
더구나 최근의 금리상승 속도는 완만한 편이다. 미국과 한국의 국채금리는 3월 4.7%대였던 게 현재 5.3%대로 높아졌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채권금리가 많이 올라 봐야 연내에 6% 선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 정도라면 시중 유동성이 빡빡하게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근의 금리상승은 오히려 시중자금의 주식시장 유입을 촉진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채권 및 부동산 투자의 매력을 떨어뜨려 대체 투자물인 주식의 인기를 더 높일 것이란 이유에서다. 채권 금리의 상승은 곧 채권값의 하락을 의미한다.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도 뚝 떨어진다. 이를 반영해 국내 채권형 펀드의 수탁액은 올 들어 5조원가량 감소했다. 그 돈의 상당 부분이 주식형 펀드로 이동했다.
부동산대출 금리도 꾸준히 오르면서 빚을 내 부동산을 구입하는 사람을 압박하고 있다. 실제 최근 주택담보대출의 절대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정부 규제 탓도 있지만 부동산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비해 최근 금리상승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실적(=주식의 가치)은 쑥쑥 커지고 있다. 기업의 부채비율이 워낙 낮아진 데다 차입을 한다 해도 금융비용이 늘어나는 것 이상으로 순익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물가ㆍ금리 걱정을 던 만큼 주식시장의 거침없는 상승 행보는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열 우려가 증폭되고 있지만, 무얼 갖고 과열을 얘기할지 아직은 그 기준이 애매하다. 지금 증시는 경기회복과 이에 따른 기업실적 개선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다. 주가가 오버하고 있는지는 다음달 초∼중순께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윤곽이 드러나면 판가름 날 것이다. 이때쯤 증시는 조정다운 조정을 맞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