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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정책/3당 모두 신중하고 보수적(3당 공약의 허실: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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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군축불가·방위비 유지는 이견 없어/사병 복무기간 18∼26개월 등 진폭 커
민자·민주·국민 3당은 모두 국방·안보공약에 매우 신중하고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3당은 북한이 확실히 변하지 않는한 성급한 군축은 금물이며 방위비도 필요한만큼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군의 사기진작에도 목소리가 비슷하다. 군장병의 처우 복지를 개선하고 인력구조 변화로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책을 세웠다.
이런 기본적 바탕 위에 눈에 띄는 차이점은 민주·국민당이 「야당답게」 군의 정치적 중립을 짚고 있는 것이다. 장병복무기간 단축·지역안보 구도에 관해서는 민주당과 민자·국민당이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3당의 「신중한 접근」에는 몇가지 배경이 있는 것 같다. 짧게는 최근 터진 간첩단사건으로 남북관계가 냉각되고 국민의 경계의식이 날카로워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각 당의 사정도 있다. 민주당은 뉴DJ플랜에 따라 의식적으로 「진보」를 피하고 군에 대한 이해와 친밀함을 보이려 애쓰고 있다. 국민당은 기본적인 보수성향에다 정주영후보의 과거 「공산당 허용」발언이 남긴 흔적을 씻으려는 계산도 숨어있는 것 같다.
길게 보면 14대선거가 실질적인 문민정부가 들어서는 의미가 있는 터라 새로운 시대에 군과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정권창출 추진세력들의 고려가 깃들여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은 대군 우호정책에도 불구하고 군의 정치적 중립과 군정보기관의 민간사찰 완전폐지를 공약으로 못박았다.
이에 비해 집권당이었던 민자당은 생각이 약간 다르다. 민자당 공약관계자는 『지금은 중립내각이어서 군중립은 당연하다. 군의 상처를 다시 건드릴 필요가 없다』고 무척 사려깊은(?) 모습이다.
다소 논란이 되는 대목이 사병의 복무기간이다. 민자당은 1단계(30→26개월),2단계(26→24개월),3단계(안보상황 검토후 조정)로 점진적인 계획이다.
국민당은 26개월 복무추진의 정부방침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군축분위기가 조성되면 점진적으로 18개월까지 단축하겠다』는 「파격적인」내용을 내놓았다. 국방부­민자당측은 『18개월로 하면 군전력이 질적·양적으로 급속히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전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만 가능한 얘기』라고 논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지난 6일 국방위원회의를 비공식으로 갖고 『18개월을 장기목표로 하되 24개월이 원칙』이라고 공약을 수정했다. 강창성의원(보안사령관 출신)은 『안보상황에 따라 신중하게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비군 구조조정도 입장차이가 두드러진다. 민주당은 2백만 동원예비군의 복무연한을 30세로 줄이고 일반예비군 2백50만명은 폐지한다는 구상이다. 민자당은 동원 연한을 1년 줄이고 훈련기간을 2박3일로 단축하지만 일반예비군 폐지는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며 국민당도 입장이 비슷하다.
민주당은 동원예비군 2백만명만을 정예화 하면 충분하고 일반예비군 폐지로 절약되는 예산을 정규군 전력증강에 투입해야 한다는 논리다. 민자당은 『안보상황으로 볼때 시기상조』라고 맞서고 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한 안보체제 구상도 골격이 다르다. 민자당은 『미국에서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변화와 관계 없이 강력한 한미연합작전 체제를 유지한다』는 정책이며 별다른 다자간 안보체제는 공약에 넣지 않고 있다. 국민당도 이 수준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1단계 한미협력을 중심축으로 발전시키고,2단계 한·미·일 3각체제를 수립하며,3단계로 남북한과 미·일·러·중 4강국이 참여하는 6자 안보체제를 엮는다는 장기구상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민자당은 『참여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적개념이 다르고,전력차이가 현격해 비현실적인 구상』이라고 꼬집고 있다. 민주당은 『러시아가 미·중·일과 함께 4각체제를 밀고 있어 우리로서는 남북한을 빼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6자체제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안보정책의 핵심인 군축·방위비 문제에는 각 당의 공약수위가 비슷하다. 민자당은 북한이 핵개발을 완전 포기하고 남북합의서를 철저히 지켜 상호간 군사적 신뢰가 마련된 후에야 군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세웠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93∼94년까지는 군축을 거론할 상황이 아니며 군예산도 삭감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국민당도 적절한 대북억제력 확보때까지 방위비 규모를 유지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다만 병력집약형 구조에서 장비집약형으로 바꿔 체질을 현대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달고있다.
3당은 직업군인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장병 처우예산을 늘리고 하사관·위관의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공약을 제시하는 등 군으로부터 호의를 얻으려는데 주력하고 있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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