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변화·개혁 주도 못하면 살 수 없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9면

"변화와 개혁을 주도하지 못하면 지방화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서울 중구 순화동 중앙일보사 6층 대회의실.

회의실 안은 20여 명의 시장.군수.구청장이 토론하면서 내뿜는 열기로 가득했다.

회의실에 모인 청목회 회원들은 지방시대의 새로운 비전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젊은 자치단체장들은 지방을 발전시키기 위한 자치단체장의 역할과 지방의 경영 혁신, 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다소 무거운 주제였지만 회의장 분위기는 밝았다. 청목회 회원들은 토론이 시작되자마자 겉옷을 벗고 토론에 집중했다. 가끔 농담도 오가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일부 회원은 필기도구를 꺼내 토론 내용을 정리하기도 했다.

◆"지방 콤플렉스를 벗어 던져라"=토론은 초반부터 열띠게 진행됐다. 먼저 민선 4기 지방자치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중앙정부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학재 인천 서구청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 지방행정의 가장 큰 병폐는 중앙정부가 무엇인가 해주길 바라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무엇보다 공무원이 중앙부처의 지도를 기다리는 관습에 젖어 있어 책임행정을 실천하기 어렵다"며 "젊은 시장.군수들이 지방공무원의 수동적 근무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석구 울산 북구청장은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울산 북구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기초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행정력 발휘를 강조했다. 공단이 밀집해 있는 울산 북구에서는 기업 노조의 파업이 많았다. 그동안 파업이 발생하면 대응 방식을 노동부와 같은 중앙부처의 결정에 맡겨야 했다.

하지만 울산 북구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방자치단체로는 드물게 구 차원에서 노사정위원회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는 "이 결과 울산 북구가 더 이상 '노동운동의 메카'가 아닌 '상생의 노사문화 실천 메카'로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울산 북구는 전국 최초로 아파트 분양가 자문위원회도 구성해 부동산 가격 안정을 꾀하고 있다.

강 구청장은 "지방자치단체도 정책기획 능력을 키워 지역개발과 행정혁신을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 경기 활성화는 우리 손에"=젊은 목민관들답게 중앙일보가 지적한 지방의 문제에 대해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최근 본지가 '지역마다 특색없는 축제가 난립해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해 고개를 끄덕이며 "축제 구조조정을 통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제대로 된 축제만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임정엽 완주군수는 지역의 특산물을 신문.방송 등이 널리 소개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완주는 전국 최고의 곶감 산지인데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며 "중앙일보 같은 매체가 지역의 훌륭한 특산물을 전국의 독자에게 알려주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되겠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감각 있는 행정도 필요"=이날 토론회를 참관한 본사 도올 김용옥 기자는 강연을 통해 청목회 회원들에게 '감각 있는 행정'을 주문했다. 도올은 감각행정의 예로 여러 시.군에서 과시용으로 지은 청사를 지적했다. 그는 "시청사를 크게 짓는다고 능사가 아니다. 이제는 세련되고 개성 있는 건물을 지어야 청사가 관광자원이 되고 관광객도 몰려온다"고 말했다.

청목회 이석형 회장은 "이번 토론회는 지차단체장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지방을 혁신해야 할지 돌이켜보는 뜻깊은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청목회'는 …
4050 기초단체장 56명 회원
정책토론, 리더십 역량 키워

40.50대 젊은 지방자체단체장들이 뜻을 모아 만든 학습 모임이다. 정식 명칭은 '전국 청년시장.군수.구청장회'다. '청목회(靑牧會)'라는 약칭은 '청년 목민관들의 모임'에서 따왔다. 목민관(牧民官)은 조선시대 지방 수령을 일컫는 이름이다.

청목회 회칙에서는 모임의 목적을 '정당과 지역을 초월하여 가슴으로 대화를 나누고 지역을 활성화하자는 열정과 지혜를 교류하자'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고문을 맡고 있는 강형기(53.자치행정) 충북대 교수가 "지방이 앞장서서 중앙을 바꿔 보자"고 젊은 시장.군수.구청장들에게 제안한 것이 계기가 돼 2004년 1월에 발족했다. 당시에 가입 자격을 만 49세 이하의 시장.군수.구청장으로 제한했다. '나비축제'로 유명한 전남 함평군 이석형 군수가 회장을 맡고 있다.

청목회 회원들은 한 해에 대여섯 차례씩 만나 토론하며 정책비전과 지도력, 노하우 등을 비교 학습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에도 전남 함평에 모여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농촌의 어려움을 통감하며, 나부터 변하고 주위를 변화시키는 데 앞장서자'고 결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일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못지않은 경영 마인드로 각 지역에 혁신의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청목회에는 40대 이하의 기초 지방자치단체장(지방도시 시장.군수.구청장)이 정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가입 이후에 나이가 40대를 넘어가도 회원 자격이 유지된다. 만 49세 이하인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는 특별회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청목회에 가입했으나 자치단체장 신분에서 벗어나면 명예회원이 된다. 현재 40명의 정회원과 특별회원.명예회원을 포함 총 56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전국 237개의 현직 기초자치단체장 6명 중 한 명 꼴로 청목회에 참여하고 있다.

성시윤 기자<copipi@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