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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수 사물놀이 패 전위무용가 홍신자|이색 만남 무대 펼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재미 전위 무용가 홍신자씨(52)와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함께 꾸미는 대형무대가 17∼18일 오후7시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펼쳐진다.
「한국적인 소리」로 대표되는 김덕수 사물놀이와 세계 실험예술의 본고장인 뉴욕 무대에서 동양사상을 바탕으로 한 전위 무용가로 명성을 누리고 있는 홍신자씨의 무대 위의 만남은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으로 전통기예와 초현대적 전위에 각각 뿌리를 둔 이들의 예술세계가 어떻게 어우러져 새로운 예술을 창조해 낼 것인가를 놓고 벌써부터 공연 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들의 공연은 각기 지금까지 세계인의 공감을 얻어 온「우리의 것」이라는 점에서 또 하나의「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만의 혼의 모습」을 창조해 낼 것이라는 기대도 낳고 있다.
공연사의 한 장을 기록하게 될 이 공연은 공연기획자인 강준택씨가 지난 봄 이들의 합동무대를 꾸며 볼 것을 예 풀이(대표 김유경)측에 제안, 지난 7월 양측이 동의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레드선 등 세계 첨단 팝 아티스트들과 수 차례 합동공연을 가진 바 있는 사물놀이 측은 쉽게 동의했으나 홍씨 측은 전통에 뿌리를 둔 사물놀이와 한국 성이 강조되지 않는 자신의 작업이 맥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처음에는 망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는 사물놀이 공연을 비디오 등을 통해 검토한 다음 양측 다 인간의 원초적 본성을 표현한다는 예술세계의 공통점 속에서 한국적인 작업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 공연에 동의했다는 것.
홍씨의 춤 세계는 극도로 억제된 움직임과 최소한의 표현 등으로 시간과 공간 이용에 있어 동양적이라는 평을 얻고 있으며, 사물놀이는 음양으로 조화된 악기(장구·북·징·꽹과리)의 조화 속에 우리 장단에 깃들여 있는 천·지·인 사상을 표현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번 공연의 주제는「문」.
인간이 느끼는 절규·슬픔·분노 등 모든 감성을 여행하듯 차례차례 지나치며 90분간 소리와 움직임으로 이를 표현해 나가게 된다.
연출을 맡은 강준혁씨는『이번 무대에서 홍씨는 춤보다도 소리의 비중을 높인 공연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홍씨는 지난해 뉴욕·일본·서울·부산 등지에서『잊혀진 목소리』『홍신자의 소리』등 전위적인 소리 공연을 가져 큰 호평을 받은바 있다.
모두 3부로 구성된 이번 공연은 제례적인 의식에서 출발해 감성의 단계를 거쳐 마지막에는 기쁨의 절정을 이루는 축전으로 전개된다. 제 식에서 사물놀이는 비나리의 제식 등 밝은 소리를 내는데 반해 홍씨는 죽음 등 어두운 소리와 몸짓을 표현, 음양의 합일을 보여준다.
이번 공연에는 전자음악가 데이비드 사이먼, 바이올리니스트 제이슨 황이 함께 참여해지옥문과 천국 문을 넘나드는 소리와 몸짓을 돕게 된다.
연출자 강씨는『이들은 사물놀이와 함께 음악의 조화를 이루는 역할을 하게 되나 연주자의 능력에 따라 부분적으로 즉흥표현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출연진의 무대의상은 한복연구가 허영씨가 맡게 되는데 사물놀이가 12년만에 처음으로 옷을 갈아입게 돼 흥미를 더 해준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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