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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통」 국감서 성가 박태영(의원탐구:1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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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탈세·외화도피 의혹 폭로/학생땐 “한국의 케네디” 야심/교보부사장 출신 초선… 수권정당 경제참모 자임
「밑바닥 생활을 두루 거친 경제분야 전문정치인」 「수권정당의 경제참모」­.
초선인 민주당의 박태영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스스로 내건 구호다.
야당후보는 으레 민주화 투쟁 및 투옥의 경력을 앞세우게 마련이나 박 의원은 자신을 교보부사장 출신의 실물경제통으로 부각시켰다. 그런 장담이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어느정도 가시화됐다.
별일없이 지나가던 국감 사흘째. 재무위의 국세청감사에서 박 의원은 한국화약그룹 계열인 경인에너지의 외화도피·탈세의혹을 터뜨리며 첫 포문을 열었다. 『경인에너지가 디젤원유의 수입가를 실제보다 부풀리는 수법으로 거액의 외화를 도피했다.』
박 의원의 이같은 집요한 추궁에 추경석국세청장은 『올 8월부터 외화도피 혐의와 관련,정기법인세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1백50억∼2백억원의 추징세액이 예상된다』고 시인,손들고 말았다.
지난 5월 서울대 상대 동기생과의 우연한 술자리에서 『경인에너지의 신용장이 수입선인 일본으로 가기전에 미국의 거래인을 거쳐간다』는 얘기를 들은 박 의원은 순간 짙은 「탈세」의 냄세를 맡았다.
외환은·교보 등 오랜 금융계 경험을 통해 『원자재수입에 거래인이 끼면 반드시 구린 곳이 있다』는 자신의 판단에서였다.
이후 경인에너지 거래은행 관계자·지점장은 물론 퇴직한 이 회사 경리직원까지 추적,『같은 그룹인 골든벨 미지사가 끼여있다』는 사실은 물론 관청의 대학인맥에 안테나를 투입,세무감사기미마저 확인해낼 수 있었다.
머슴 세사람에 논 26마지기를 경작하던 전남 장성 중농의 9남매중 장남으로 태어난 박 의원에게 첫 시련은 공교롭게도 「정치」와 함께 찾아왔다.
당시 한량으로 유명했던 부친이 면장선거에 출마해 전답을 다 날리고 낙선,병을 얻어 별세하자 광주고 2년생이었던 박 의원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학교를 휴학가고 귀향할 수 밖에 없었다.
두세마지기밖에 남지않은 논·밭을 2년동안 갈아 부치던 당시 미군이 쓰다버린 「R100」 라디오를 구하게 된 박 의원은 논두렁의 유일한 벗인 이 방송을 듣기위해 「삼위일체」 영어참고서를 깡그리 외울 정도로 영어광으로 변신한다.
교고복학후 내침 김에 가정교사를 해가며 당시 광주 미공보원장부인 노블여사에게 영어회화와 웅변을 배워 외대·서울대주최의 영어웅변대회에서 상을 휩쓸자 삶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났다. 정치에 뜻을 품게된 것도 이즈음.
대학졸업후 가족들의 호구를 위해 안정적인 은행원의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지만 재경장성 향우회의 열성적으로 참석,활동했다. 또 학생때는 방학이 되면 고향에 내려가 『이 다음에 한국의 케네디가 될테니 도와달라』는 「철없는 소리」를 하고다니기도 해다.
샐러리맨으로서 박 의원의 전성기는 역시 교보시절. 대학선배의 소개덕에 과장으로 입사한 박 의원은 당시 「종업원 퇴직적립보험」을 최초로 입안·추진해 교보의 총자산이 8백억원이던 시절 1년에 3백20억원씩 자산을 늘려나가는 수완을 발휘,입사 2년만에 이사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86년 한 기업인 모임에서 김대중 현 민주당대표에게 처음 얼굴을 알린 박 의원은 얼마후 동교동을 찾아 「정치입문」의 뜻을 고백했다.
이후 대학후배로 막연한 S대 K·S대 L교수 등을 김 대표에게 소개,한달에 한차례식 경제자문모임을 주선하며 점차 동교동의 호감을 사게 됐다. 박 의원은 중소기업·금융문제 등 실물경제분야의 조언역을 담당.
80년 「5·17」이후 도피중인 권노갑의원과 김 대표의 전 비서 유훈근씨를 박 의원의 절치한 친구인 M대 S교수가 숨겨준 인연과 사업가 당시 「도움」을 주었던 고교동기 유준상의원과의 친분,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에서 동문수학한 조승형대표비서실장과의 연고가 올초 13대 1의 공천을 뚫는데 큰 힘이 되었다. 2억여원의 교보퇴직금을 발판으로 고교시절 농사를 짓던 추억어린 논밭둑을 헤맨 끝에 결국 고교 4년 선배인 이상하의원(민자)을 3배 가까운 표차로 따돌리는데 성공했다.
『온실에서만 커와 거친 야당판을 견뎌낼지 의문』 『금융계·업계를 거친 경제통으로 「뉴DJ」이미지의 적임자』라는 같은 당대의 상반된 평가에 경인에너지건으로 성공적인 의정데뷔를 한 박 의원이 어떤 결과를 보여줄 지는 아직 미지수다.<최훈기자>
▷박태영의원 약력◁
▲전남 장성출신(51세) ▲서울대 상대 ▲외환은행원 ▲한비산업 무역부장 ▲대한교육보험 기획부장·상무·전무·부사장 ▲서울대 총동창회이사 ▲14대(담양­장성)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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