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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라운지] 한국 히로뽕 수출국서 마약 퇴치 주도국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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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980년대 후반 한국은 주요 히로뽕(필로폰) 수출국이었습니다. 마약 수출국이라는 오명도 쓰고 있었지요."

14일 제주 신라호텔에선 열린 제17차 마약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

CO). 회의에 참석한 대검 마약과 배경환(50) 사무관은 "당시 한국은 연간 히로뽕 수백㎏을 제조해 일본에 수출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압수된 히로뽕은 21㎏에 그쳤다. 마약에 대한 꾸준한 단속 강화와 유통 감시 및 새로운 적발 기술이 합작해 내 이젠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요즘은 마약의 주된 생산지로 알려진 '골든 트라이앵글(라오스.태국.미얀마 접경지역)'의 마약 수사 관계자들이 "한국의 노하우를 가르쳐 달라"고 요청한다.

◆히로뽕 때문에 수출 차질도=히로뽕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수품 공장 노동자들의 잠을 쫓고 노동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발됐다. 70년대 초 일본 정부가 히로뽕 제조범에 대한 처벌을 최고 사형까지 높이자 일본의 야쿠자와 마약 제조업자는 제조공장을 한국으로 옮겼다. 한국 최초의 제조책은 일본에 징용으로 끌려가 제조 기술을 배운 한국인이었다.

80년대 한국은 핵심 히로뽕 제조.수출국으로 떠올랐다. 국제적인 문제도 생겼다. 주요 수입국이던 일본은 "히로뽕 밀수출이 계속되면 88 서울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일본에 도착한 한국 화물선의 검색이 강화돼 수출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검색이 길어지자 수출용 활어가 떼죽음을 당하거나 수출품이 제때 전달되지 못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국제 공조수사 강화=세계마약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인구 1만 명당 마약류 사범은 2명. 미국(1470명).태국(230명).일본(60명).중국(20명)보다 훨씬 적다.

대검은 14일 회의에서 '아세안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한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이 비용을 대 아세안의 마약을 줄여 보자는 취지다. 특히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국내로 유입되는 히로뽕 차단이 목적이다. 한국의 마약류 사범 중 77%(약 6000명)가 히로뽕 중독자다.

이준명(부장검사) 대검 마약과장은 "한국의 마약 제조는 근절됐지만 최근 들어 경유지로 이용되고 있다"며 "외국과의 공조 수사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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