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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이 미경제 살리려면…/로버트 라이크 미하버드대교수(특별기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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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산업기반 투자확대 급하다/세금 더 올려서 만성재정적자 메워야/시장개척 위해선 직업교육 강화 필요
미국의 현 경제침체는 독감같은 것이어서 단기간에 강력한 특약으로 고쳐야 한다고 로버트 라이크 미 하버드대교수가 주장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정책입안자인 라이크교수는 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지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지적,산업기반육성을 위한 투자확대를 처방으로 제시했다. 다음은 정부의 역할강화를 강조한 라이크교수의 기고문 전문이다.
빌 클린턴대통령당선자는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처방전을 손에 쥐고 대통령직에 취임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클린턴의 처방전은 미국 경제가 앓고 있는 두가지 병,즉 단기적으론 치유가능한 경기침체라는 감기와 장기적으로는 자칫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전염병 감염을 분명히 인식해야 함은 필수적이다. 감기는 고용창출과,전염병은 소득증대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경제계의 조사에 따르면 민간부문에서의 고용은 미국인구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89년보다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80년대 취약한 인력시장과 높은 개인부채로 인해 자초한 결과이며 수백만 미국인들은 지금 일자리를 잃거나 장기적인 생활보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기업체들 역시 부채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대기업들도 부채에 따른 이자부담이 과거에 비해 30% 가량 증가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확실한 수요가 보장되지 않는한 신규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럽 또한 경기불황에 시달리고 있고 일본의 자본시장이 혼돈에 빠져들면서 수출은 더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 연방정부의 지불준비금도 어려운 형편이고,독일의 금리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추가적인 금리인하는 달러화에 치명타를 가해 투자가들로 하여금 투자액을 회수하게 만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4조달러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재정적 자극을 가할 경우 달러화의 하락과 주식 및 증권시장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감기가 내년 1월까지 지속된다면 빌 클린턴 새 대통령은 도로 및 교량·하수처리시설 등 기간시설확충 프로그램을 통해 재정적 자극을 시도해야만 할 것이다.
아울러 대통령은 물론 의회도 세금인상을 통해 재정적자를 메우고,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수준에 도달하면 재정지출을 줄인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만성적 감염은 다르다. 경제불황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77년부터 89년사이에도 미국 가계의 20%인 최하 소득층의 평균 세후소득이 9%나 떨어졌다. 그 다음 소득층은 6.5%,중간소득층은 4.5%씩 각각 줄었다. 이 기간에 소득의 증가를 이룬 소득층은 최고소득층 뿐이었다.
자동화·세계화 및 지식강화가 임금 격차를 점점 넓히고 있다.
70년 대학졸업생들은 대학졸업장이 없는 근로자들보다 50%이상 많은 돈을 벌었고 90년에는 두배나 더 벌었다. 그러나 고임금직업에 맞는 미국인의 수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 많은 돈을 버는데 교육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닌 것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몇가지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먼저 취학전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어린이들은 5세가 되면 이미 정규학교 과정동안 자신들이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판단할 능력을 갖는다. 출생전후의 아기를 보호하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하는 것과 같은 성공적인 프로그램이 추구돼야 한다.
▲초·중등교육을 더이상 교육세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도시와 시골학교들은 지역별로 서로 묶여야 하며 주 및 연방정부는 더 많은 의무를 떠맡아야 한다.
▲국가고사가 확립돼야 한다. 소속학생들의 학력이 최저요구수준을 밑돌고 학력향상이 되지 않는 학교는 특별감독을 받아야 한다.
▲연방정부는 수혜대학생이 차후 상환하거나 공공서비스분야 근무로 대체하는 식으로 학자금을 보조한다.
▲미국의 기술적 성과는 노동인력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키는 작용을 해야 한다. 새로운 시장개척을 위한 상품디자인·제조와 관련된 직업교육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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