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급 궁사 초반 대거 탈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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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김경호(삼익악기)가 바르셀로나 올림픽대표 선발전 탈락의 아픔을 딛고 화려하게 재기했다. 김경호는 4일 안산 양궁장에서 벌어진 제24회 전국종합양궁선수권대회 최종일 남자부 개인결승에서 박경모(충북상고)의 추격을 1백12-1백9점으로 잠재우고 우승, 대표탈락의 설움을 깨끗이 털어 내며 남자양궁의 정상에 다시 섰다.
또 3∼4위전에서는 김보람(한체대)이 1백15점을 명중, 중학생 돌풍을 일으키며 4강까지 올라온 이승용(양화중·1백7점)을 8점차로 따돌리고 3위를 차지했다.
본선 32강부터 올림픽방식인 토너먼트제로 치러진 이번 대회는 절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임을 드러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인전 은메달리스트인 정재헌(경북고)은 예선에서 1위를 했으나 일종의 녹다운시스팀인 이번 뉴 올림픽라운드에서는 본선 1회전에서 무명 전영서(상무)에게 무너졌으며, 역시 올림픽대표였던 한승훈(한체대) 임희식(삼익악기)도 본선 첫판에 패하는 등 간판스타들이 초반에 대거 탈락하는 이변을 낳았다.
이는 아직 대표급 선수들이 올해부터 새로 도입된 올림픽 방식에 적응치 못하고 있음을 예시하는 것. 남자의 경우 8명의 대표선수 중 절반인 4명이 8강에도 들지 못했으며, 여자도 바르셀로나 올림픽 2관왕 조윤정(동서증권)이 초반 탈락하는 등 대부분 무명신예들에게 덜미를 잡히는 파란이 일어났다.
한국양궁의 고민은 이같이 변수가 많은 올림픽 방식에서는 강인한 체력, 두둑한 배짱, 노련한 경기운영 등 체·심·기의 삼위일체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과연 연습만으로 변화무쌍한 새 방식에 적응이 가능하겠느냐는 것.
이기식(상무) 감독은『단 둘이 12발의 화살만으로 상위진출을 다투는 녹다운 토너먼트에서는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아무리 기량이 무르익은 선수라도 승부를 좌우할 요인이 많기 때문에 걸과를 예측하기가 불가능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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