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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금융시대의 서곡(앞으로의 정책대응:4)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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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가뭄」­「홍수」없는 통화운용 긴요/2분기마다 「보릿고개」 고리복병/저금리 충격 금융기관 대비해야
부르기 편해서일 뿐이지,최근의 금리체계 변화를 그저 한마디로 「금리하락」이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것에는 사실 많은 잘못이 끼어들 수 있다.
수많은 금리중에 지금까지 하락한 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며,정확히 말한다면 현재의 현상은 「일부 실세금리가 규제금리에 접근하고 있다」고 해야 옳기 때문이다.
그간 가장 높은 곳에서 따로 놀던 일부 실세금리가 이제 겨우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한 것을 두고 벌써 『한자리 금리시대를 이룰 수 있다』거나 『공금리인하를 검토중이다』라는 성급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그같은 잘못의 하나다.
「금리가 하락해 한자리 금리시대가 열린다」는 것을 말 그대로 풀어말하면 이렇다.
최근 내려가다 주춤한 회사채 수익률(현재 13% 안팎)이 만일 앞으로도 계속 뚝뚝 떨어져 내려가 은행의 일반대출 금리(현재 10∼12.5%로 규제)는 물론 단자 등 비은행권의 수신금리(현재 12.5∼13% 수준)를 계속 아래로 몰아붙이면 드디어 한번도 꿈꾸지 못하던 상황이 벌어진다. 이를테면 『은행 정기예금에 들면 10%나 되는 이자를 주니 빨리 가서 저금하자』와 같은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누가 뭐라 안해도 자연히 은행정기예금 금리가 10% 밑으로 떨어지고,바로 이것이 진짜 공금리 인하고 한자리 금리시대다.
또 그 과정에서 은행 일반대출금리가 밀려 내려가는 현상이 자연스러운 금리자유화지 무슨 규제금리리의 인위적인 자유화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정부가 은행의 일반대출금리를 규제하고 있는 것은 어느 선 이상으로 못올라가게 하는 「최고금리규제」지 내려가겠다는 금리를 못내려가게 막는 것이 아니며,따라서 금리가 스스로 내려간다는데야 자유화 시기를 당기고 미루고 할게 없기 때문이다.
금리가 떨어진다는데 금리자유화건,금리인하건 빨리 결심을 해야지 무얼 미적미적하고 있느냐는 식의 최근 분위기는,그래서 분명히 잘못된 접근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처럼의 금리하락 추세를 굳히고 내년에도 금리가 안정되어 움직이도록 하는 것보다 더 급한 정책은 없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내년에도 경제운용의 큰 줄기를 적정성장으로 잡아 실세금리의 안정추세를 지속시키고,내년에는 제발 「상반기 가뭄,하반기 홍수」식의 통화운용에서 벗어나 벌써 몇년째 해마다 2·4분기면 쓸데없이 겪고 넘어가는 자금 「보릿고개」를 미리 평탄하게 고르는 일이다. 또 금리가 내려가니 좋다고만 할게 아니라 최근 상호신용금고 사고의 예에서 보듯 저금리로의 전환기에 미처 적응하지 못하는 금융기관의 부실을 미리 경계하고 그 충격에 대비해야 할 때다.<김수길기자><끝>
◎전문가 의견/인위적 금리인하는 부작용만 초래/시장금리 더 내려가도록 유도해야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공금리를 내리자는 주장은 그간 제도금융권에서 유리하던 대기업만 더욱 유리하게 만들자는 것과 같다. 중소기업 부담경감을 위해 지금은 시장금리가 더 내려가도록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최선이다. 시장금리가 충분히 내려가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금리를 낮추겠다는 것은 나쁘게 보면 「과시용」이다. 또 지금은 정치적 혼란기이므로 제도금융 이용계층의 정치적 압력에 이용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좌승희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실세금리가 많이 떨어진다고는 하나 공금리를 인하해 실세금리를 추가로 떨어뜨리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아직도 크고 투자기회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공금리를 인하한다해도 언제든지 자금의 초과수요로 인해 실세금리가 다시 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나라의 경기가 침체국면에 있다면 공금리를 인하하는 것에 찬성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인위적 금리 인하는 「통화증발→인플레 심화→명목금리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거듭할 뿐이다.
▲강병호 한양대교수=자유화든 인하든 중요한 것은 상황이 바뀌어 금리가 다시 오를 때 그 완충이 가능하겠느냐다. 만일 규제금리 밑으로 실세금리가 내려가면 그게 바로 자유화며,근본적으론 수신금리가 내려가야 금리하락이다. 결국 금리자유화를 앞당기려면 실세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리는 수밖에 없고,다만 최근 신설은행 등이 역마진으로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는 수신금리를 내려줘야할 필요성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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