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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정책 미 국익 우선/전환기 맞는 미국(클린턴시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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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 국제역할보다 국내경제 회생 초점/UR협상 과정서 일­EC와 갈등예고
제42대 미 대통령으로 당선된 빌 클린턴이 역사상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인가,「실패한 이상주의자」로 기독될 것인가.
이같은 역사적 평가는 그가 내세운 「미국의 재건」이라는 희망의 복음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실천하느냐에 달려있다.
클린턴은 국내적으로 미국 경제가 경쟁력을 잃고 소득과 일자리감소로 인해 「미래에 대한 불안」이 국민들 사이에 확산되고,국제적으론 냉전이 종식되며 미국이 유일한 세계지도국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 세계인들 사이에 기대되는 시기에 대통령이 되었다.
이는 2차대전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을 제외하면 역사상 어느 미 대통령에게도 주어지지 않았던 조건이다.
국내경제를 부흥시키는 일과 세계 유일강대국으로서의 역할은 서로 대립되는 것은 아니지만 동시에 추구하기가 현 미국실정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클린턴은 미국의 경제 부흥을 통한 지도력 유지를 천명함으로써 국내 경제재건 우선 정책을 분명히하고 있다.
그의 주장은 경제력의 뒷받침없이는 세계의 지도국으로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의 경쟁으로 약화되고 정체되어 있는 미국경제가 2차대전후 최고의 성장을 이루도록 하겠다는 야심적인 계획을 말해왔다.
미국의 경쟁력을 되살리고 투자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사람과 하부구조에 대한 대규모 공공투자사업을 벌인다는 것이다.
놀이터를 만들어놓으면 놀이꾼이 몰리듯 투자환경을 조성하면 투자가 몰려 경제가 부흥할 수 있다는 투자마당논리다.
따라서 그의 미국 부흥정책은 엄청난 재정 적자를 동반할 것이 예상된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연 3천억달러에 누적적자가 4조달러에 이르고 있다. 그는 정부재정적자 또한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하고 있어 어떤 방법으로 성장투자재원을 마련할지 큰 과제가 되고 있다.
클린턴은 재원확보책으로 ▲연 20만달러이상 소득자에 증세 ▲외국기업에 대한 공정한 과세 ▲국방비 및 정부지출 감축 등을 들고 있으나,이것으로선 연 4백억달러도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성장을 위한 투자와 적자감축이란 두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가 그의 미국 경제부흥책의 성패를 판가름할 것이다.
냉전종식후 세계질서구축에 미국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도 「클린턴대통령」이 당면할 주요과제다.
클린턴은 이미 세계질서에서의 미국의 역할보다는 미국의 국가안보와 이익차원에서 대외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국가안보에서 ▲미국의 경제력회복 ▲공정한 무역 ▲방위비 분담 ▲민주주의 확산 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따라서 클린턴행정부는 대외관계에서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지도력을 유지하는 경우에 따라선 모순될 수 있는 정책에 어떻게 조화를 찾을 것인지도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다.
특히 무역과 관련,클린턴대통령은 「자유·공정」무역을 천명하며,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등 국제무역질서와 일본 등 무역흑자국에 이를 관철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적절한 대응을 한다는 것도 아울러 밝히고 있다.
이는 현재의 국제무역질서에 큰 충격을 주면서 일본·유럽 등과 갈등관계에 접어들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들과의 갈등은 유엔을 통한 세계변화유지노력이나 이들의 대미보복에 따른 결과로 미국이 늘리고자 하는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클린턴은 후보로서 10억달러의 수출증대로 2만∼3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의미한 수출확대정책을 말해왔다.
일본·유럽과의 무역갈등은 또 이들의 대미투자를 위축시켜 그의 경제부활정책의 기조인 성장투자를 위한 재원조달과 투자마당환경조성을 희생시킬 수도 있다.
일본·유럽은 이미 국내문제로 대미투자를 줄여 그 여파가 미 국채이자율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성장촉진을 위한 공공투자로 재정수요는 큰데 시장에 돈이 적을 경우 이자율은 높아지고 이는 다시 투자를 위축시킨다.
따라서 클린턴은 공정한 무역 및 국가이익과 현실적인 국제경제흐름의 역할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주목된다.
또 모든 나라에 공정무역을 적용할 경우 개도국들의 반발과 이들의 경제악화로 미국 상품을 수입할 능력이 상실,미국경제가 장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임은 그가 고려해야 될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리틀록=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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