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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과 치유책(33일간 잠입취재기/「불발로 끝난 휴거」:6·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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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빗나간 교회」의 병리적 단면”/내세빌미 헌금유도 풍토 만연/소외계층은 교회가서도 “소외”/“사후의 천국보다 현세중시/사랑의 실천 본뜻 회복해야”
중앙일보 특별취재반은 33일간의 다미선교회 잠입취재기를 통해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시한부 종말론 신앙의 이모저모를 파헤쳤다. 연재를 마치며 종교전문가들로부터 휴거소동의 원인과 그 치유책을 들었다.
무엇이 많은 사람들을 시한부종말론에 빠지게 했나.
전문가들은 휴거소동을 건강하지 못한 한국교회와 사회전체의 병리적 단면이라고 진단하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교회와 종교인들이 크게 자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화여대 대학원장 서광선목사는 『한국교회의 내세지향적·현실도피적 태도가 반지성적인 시한부종말론의 모태가 됐다』며 『교계와 종교지도자들의 과감한 개혁의지가 필요한때』라고 강조했다.
많은 교회가 현실에서 사랑의 실천보다는 사후의 천국만을 강조,신앙을 천국으로 가는 수단쯤으로 전락시키고 내세를 위해 헌금을 강요하는 풍토를 만연시켜왔다는게 그의 비판이다.
이에 따라 「부패한 세상,부패한 정권을 개혁해야 한다」는 현실참여적 종말사상은 후퇴하고 「예정대로 종말과 휴거가 온다」는 무기력한 시한부종말론이 극성을 부리게 됐다며 『종말론이 정치화·사회화되지 못하면 현실도피적 말세사상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감리교신학대 왕대일교수도 『신앙생활의 운동방향이 현실사회와 따로 놀고 교회질서가 소외계층이 아닌 중상층이상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기존 교회에서 구원받지 못하는 계층들이 광신적 휴거론에 빠져든 것 같다』고 분석한다.
왕 교수는 『이번 휴거소동의 최대 피해자는 다름아닌 추종신도들』이라며 『기존 교회가 이들의 상처를 어떻게 감싸주느냐가 앞으로 남은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휴거소동은 단순히 교회내부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는 우리사회 전반의 문제라는게 전문가들의 또다른 지적.
서울대 종교학과 나학진교수는 『시한부 종말론은 역사적으로 사회가 불안할때 수없이 등장했다 사라지곤 했다』고 전제하고 『특히 이번 종말론 극성은 정치불안에 큰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나 교수는 『사회불안이 고조되면 현 질서를 파괴하거나 반대로 도피하려는 사상이 퍼지게 되고 이것이 성경과 결합하면서 종말론·휴거론이 생겨난다』며 『교회 자체의 개혁의지와 함께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분위기가 정착돼야 근절될 수 있다』고 진단.
충현교회 이조웅목사도 『성경에는 마태복음 등 여러군대에서 「예수의 재림시기는 절대 알 수 없다」고 적혀있다』며 『성경지식이 부족하고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일부 신도들이 현실탈출의 수단으로 엉터리 논리로 짜맞춘 휴거예정일을 맹종해 이번 소동이 빚어졌다』고 분석했다.
이 목사는 『다행히도 전체 기독교인중 휴거론 추종론자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휴거불발로 그 허구성이 드러난만큼 앞으로 기성교회가 올바른 성경교육과 신앙지도를 한다면 이번처럼 시한부종말론이 기승을 부리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휴거소동을 계기로 모든 기독교인들이 「천국행」보다는 「사랑의 실천」이라는 참 신앙인으로의 자세를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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