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정책(3당 공약의 허실: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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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단계 원칙·전제조건 각당이 비슷/북한 폐쇄성 고려 안해 성과 불투명
통일 및 대북정책은 중요한만큼 민감하다. 남북이 이데올로기로 분단된 데다가 남침까지 당한 형편이기에 국민들의 이데올로기적 수용공간이 무척 좁다.
따라서 원칙이나 전제조건 면에서 3당의 통일공약은 거의 비슷할 수 밖에 없게 되어있다.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민주·평화를 강조하는 단계론이다.
3당의 공약을 차별화해 보면 김영삼민자당후보를 가운데 두고 김대중민주당후보가 한발짝 진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정주영국민당후보는 반대편으로 한발짝 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김영삼후보의 통일공약은 여당후보 답게 6공정부가 표방해온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을 차용했다.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은 남북을 모두 국가로 인정하는 안이다. 일단 통일국가를 향한 과도기 단계로 남북이 독립국가인 「국가연합체」를 이루고 통일업무를 수행할 「남북정상회의」「남북각료회의」「남북평의회」「공동사무처」 등의 기구를 둔다. 여기서 통일헌법을 만들어 국민투표에 부치며 이 법이 통과되면 새로운 통일국가,곧 「완전통일」이 이룩된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단계론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공약은 ▲이산가족 방문 최우선 실현(교환방문 정례화·판문점 면회소설치 등) ▲공동문화학술조사(비무장시대 생태계조사 등) ▲체육교류(남북단일팀 구성·광복 50주년 기념체육대회·공동주최 등) ▲경제협력(직교역·합작투자·공동출자 등) ▲금강산·설악산 연결관광단지 조성 ▲방송교류 등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금세기내에 통일을 이루겠다는 주장이다.
김대중민주당후보는 자신의 지식과 논리적 사고를 총동원,통일에 대한 나름의 관을 갈고 닦아왔다.
김대중후보는 71년 신민당 대통령후보 당시 평화공존→평화교류→평화통일의 「3단계 통일방안」을 내놓았다. 당시로서는 매우 진보적인 남북한 전면교류도 함께 제안했다. 이어 7·4 공동성명 직후인 72년 7월13일 한발 더 나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을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우리 정부의 동시가입 추진에 대해 한때 반대하다가 91년 북한이 공동가입으로 선회하자 원래의 주장으로 되돌아 가는 등 곡절을 보이기도 했다.
김 후보의 통일관이 완결된 것은 73년 7월 발표한 「공화국 연방제」통일안이다. 1단계로 남북의 공화국이 독립정부를 유지한채 통일업무를 추진할 연합기구를 완전합의제로 운영한다(1연합 2독립정부). 2단계로 점차 독립정부의 권한을 연합기구로 이양해 미국식 연방제로 유도한뒤(1연방 2지역 자치정부),마지막 3단계에서 단일국가를 이룬다(1국가 1정부)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이산가족 왕래 집권 1년내 최우선 추진,비무장지대의 관광단지화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정주영후보의 통일공약은 보다 보수우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한마디로 「압도적인 경제력으로 북한을 흡수통일 해야 한다」는 철저한 자본주의적 힘의 논리다.
그러나 이론화한 공약은 역시 3단계론이다. 1단계는 남북교류를 확대해 이산가족과 경제교류가 이뤄지게 하는 교류확대단계(국민통일),2단계는 남북이 단일시장권을 이루는 경제통일단계,3단계는 정치통일을 이루는 국가통일단계다. 1단계,2단계가 모두 경제교류를 강조하고 있으며 경제교류가 잘되면 정치통합은 저절로 될 수 있다는 식이다. 또 민간경제인이 중심이어야 하고 경제논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 후보는 일단 1단계 통일을 집권 2년 내에 이루겠다고 장담하면서 갑작스런 파국에 대비하기 위해 2천만 난민구호품 및 식량공급 계획과 통일비용 사전비축 등 경제비상 계획도 마련하겠다고 강조한다.
통일문제는 기본적으로 북한이라는 상대를 고려하지 않고는 공허할 수 밖에 없다. 어느 누구도 확실한 공약을 내놓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당이 「꼭 이루겠다」고 내놓은 공약은 불확실하다. 가장 표와 직결돼 있는 이산가족 왕래에 대해 민주당이 「1년내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다」고 하지만 1년 내에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 힘들며,2년 내에 이산가족의 자유왕래를 이루겠다고 확신하는 국민당 공약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폐쇄적인 체제가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가장 꺼리는 인적교류를 실현하기란 거의 불가능 하다고 평가한다. 가능하다 해도 60세 이상 고령인구의 제한적인 왕래 정도일 것이라 예측한다. 민자당의 금세기내 통일목표도 마찬가지로 북한의 급작스런 변화 없이는 기대하기 힘든 우리의 기대라 할 수 있다.
3당의 대북관을 알 수 있는 정책은 국가보안법과 안기부법 등이다.
국가보안법에 대해 민자당은 현행 유지입장이나 민주당은 「폐지」를 주장하고 있으며,국민당은 중간입장에서 개정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3당의 입장에 대해 『기본적 시각에서 민자당은 북한의 변화가 「거의 없다」고 보고 있으며 민주당은 「변화가 있고,우리가 먼저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태도』라고 평가한다.
한편 국민당은 북한의 도발가능성을 우려하는 입장이다.<오병상기자>
□3당 통일방안 비교
단계:기반 조성 단계
민자당:·통일대비 내부역량 축적 ·남북경제협력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1단계:남북연합제 구성(남북정상회의·남북각료회의·남북평의회)
2단계:완전통일(통일 헌법→총선→통일의회·정부 구성)
단계:기반 조성 단계
민주당:·남북불가침선언 ·4국평화협정 ·이산가족교류
1단계:1연합 2독립정부(남북 동수로 연합정부·의회구성·완전합
의제)
2단계:1연방 2지역자치정부
3단계:1국가 1정부
단계:기반 조성 단계
국민당:·경제력향상 ·대북군사우위 유지
1단계:국민통일(이산가족 자유왕래·물자 자유교류)
2단계:경제통일(남북경제공동체·단일시장권)
3단계:정치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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