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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출마하겠다" 청와대 통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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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장면 1. 11일 국회 본회의장.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는 대정부질문을 마치고 의석으로 돌아오자 이해찬(얼굴) 전 국무총리가 악수를 청했다. 그는 잠시 뒤 박 의원이 서 있는 곳으로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재차 격려했다.

# 장면 2. 5일 문을 연 이 전 총리의 미니홈피에는 이 전 총리가 부인.딸과 함께 찍은 활짝 웃고 있는 모습 사진이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이 전 총리의 일정까지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

두 장면 다 과거 이 전 총리에게선 보기 어려웠던 모습들이다. 무엇이 그를 달라지게 만들었을까. '대통령의 꿈' 때문이란 게 주변의 해석이다. 이 전 총리는 19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이어 제주평화포럼 세계지도자 회의 참석(22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 강연(27일) 등으로 행보를 넓힌다. 범여권에선 "이 전 총리가 뛰어들면 범여권 대선 구도가 손학규-정동영-이해찬의 3파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온다.

◆"끝까지, 제대로 간다"=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는 13일 "이 전 총리가 경선 참여 결심을 청와대에도 전했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또 열린우리당 중진 의원에게 "본래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범여권 경선의 판이 너무 협소한 상황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 내가 나가 '붐 업'(Boom Up) 시키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측근인 김현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분위기 띄우려 나가는 것이 아니다. 원칙과 정도의 삶을 살아온 이 전 총리는 끝까지, 제대로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총리는 조만간 대선 캠프를 꾸린다. 윤호중 의원과 김 전 관장 등이 합류한다. 이 전 총리는 풍부한 국정 경험을 앞세워 한반도 대운하(이명박).열차페리(박근혜) 구상에 맞서는 '한강 하구 준설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노무현.DJ, 충청에 기대=열린우리당 고위 관계자는"이 전 총리가 친노(親노무현) 세력 결집을 위한 대리인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라며 "다른 여권 후보들에 의해 참여정부가 부정되고 친노세력이 비토되는 상황을 앞장서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노세력이 이 전 총리의 가장 큰 배경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친노 직계들이 모인 '참여정부 평가포럼'에선 벌써부터 이 전 총리의 경선 참여를 환영하고 지지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경선 슬로건으로 내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측면 지원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많다. 이 전 총리 측은 여야 모두 뚜렷한 대선 후보가 없는 충청(충남 청양) 출신이라는 점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이강철 특보는 "이 전 총리는 '충청 지역을 어떻게 묶어내느냐'를 가장 중요한 변수로 보고 있더라"고 전했다.

◆타 후보들의 긴장과 견제=특히 한명숙 전 총리, 김혁규 의원 측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재야 운동권 출신 상당수가 이미 이 전 총리 캠프로 갔다"는 말도 나온다. 김 의원 측은 "대중적 이미지가 약한 이 전 총리가 끝까지 가겠느냐. 친노세력 결집용 카드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동영계의 김현미 의원은 "이 전 총리가 경선에 끝까지 참여한다는 구도를 예상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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