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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부실에와서|고봉선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1>
돌아가리라
무등이 짚어주는 길을 따라
내 태어난 땅으로 가서
오는 겨울을 맞으리라
장지문 밖으로 지나가는
세상 밖의 바람소리를 들으며
들기름 불 심지를 돋우고
사람의 마음이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를 찾아보리라
다시 봄이 오면
오우명이 들리는 곳에 계신
한 스승을 찾아 뵈오리라.

<2>
편지를 쓴다
벌써 여러 날 째 붓을 드는 것이나
퇴계 선생의 가르침을 받는
내 글이 나오지를 않는다
저 드높은 출처며
백성을 다스리는 마음가짐을
무슨 수로 따를 수 있겠으며
이 비좁은 악암의 뜰에
저 넓은 도산서원의 하늘을
어찌 담을 수 있으랴
엎드려 선생의 글월을 읽고
또 읽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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