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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가을 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1
청자 빛 계단을 밟아 걷어올린 자락 끝에
외로 누운 능선을 타고 바람 한줌 맴돈다
숲들은 묻어 둔 불씨 조심스레 다둑이고.
2
긴 여름 등정을 끝낸 핏기 잃은 덩굴 잡고
풀벌레는 어쩌자고 밤새워 칭얼대나
잊혔던 이름 하나가 동구 밖을 서성인다.
3
별 팔매 억년을 던져 빗장 지른 하늘 문도
꽃들의 붉은 언어엔 열리고 말던 것을
한시대 벽화를 사뤄 불지피는 넋이여. <황민화(대전시 서구 도마1동90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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