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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가을이 깊었다. 바야흐로 산과 들이 단풍으로 붉게 타고 우리들 마음 또한 낙엽에 취해 일렁이는 때다. 이런 계절 탓일까. 가을을 노래한 작품이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따라서 장원에 오른 작품을 비롯, 몇 편이 한결같이 가을을 소재로 했다.
장원에 뽑힌 황민화씨의『가을 일기』는 나름대로의 품격과 언어를 갖춘 가작이었다.
특히 마지막 수의 종결법은 이미 아마추어의 경지를 벗어난 세련미를 보여주고 있었다.
또 차상에 오른 우경화씨의『가을 편지』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특히 종결 어미를「…요」로 처리해 자칫 가벼운 감이 들 수도 있었는데 세련된 감성으로 극복한 점이 돋보였다. 위의 두 작품에 비해 차하에 뽑힌 윤수연씨의『촉석루에서』신선함이 덜했다.
그만큼 종래의 시조에서 자주 발견되는 투를 벗어버리지 못한 결과다. 이러한 지적은 비단『촉석루에서』뿐만 아니라 입선에 오른 모든 작품에 해당하는 말이 되겠다.
특히 전호근씨의『가야금 산조』가 그런 인상이 짙었고, 그 외에도 정현숙씨의『달밤에』, 이종규씨의『방황』등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윤영수씨의『고추잠자리』는 가볍다는 인상만 극복한다면 재치는 살만했다.
이에 비해 잘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비판정신이 번뜩이는 이경식씨의『난지도』가 돋보였음을 밝혀둔다.
신인이라면 작품으로는 조금 미흡하다 싶더라도 일단은 투를 과감히 벗어버려야 한다. 이점 유의해주기를 당부한다. <심사=임종찬·이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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