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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는 여 장관 발언 이스라엘 정계 "떠들썩"|노동당 연립 내각 문교장관 슐라미트 알로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지난6월 중동평화의 여망을 안고 16년만에 탄생한 이츠하크 라빈총리의 이스라엘 새 정부가 한 여성 장관의 앞뒤 가리지 않는 발언 버릇으로 국론 분열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소용돌이의 진원은 지난 7월 노동당 중심의 좌익 연립내각이 출범하면서 필생의 꿈이던 문교장관직을 따낸 슐라미트 알로니(64). 그는 극도로 민감한 정치사안에 대해 채 가다듬지도 않은 개인적 견해는 물론 정권의 생명을 걸고 마련중인 극비 외교협상카드까지 마구 쏟아놓아 연일 이스라엘 언론의 톱기사 주인공이 되고 있다.
알로니 장관은 이를테면 인간의 선조가 원숭이라는 진화론을 교과내용에 포함시키자는 개인적 견해를 당장 실시할 문교정책인 것처럼 발언해 이스라엘의 국가 근본, 즉 하느님이 6일만에 인간을 창조했다는 구약성서 창세기 내용을 태연히 부정하는 식이다.
알고 있는 것을 속에 넣어두고 배기지 못하는 그의 방언벽 가운데 절정은 중동평화회의가 절정으로 치닫던 지난 9월 느닷없이『다빈 총리는 골란고원을 결국 시리아에게 내줄 것』이라고 밝힌 대목이다.
「이스라엘의 점령지 포기와 아랍의 평화보장」을 교환하자는 중동평화회의에서 가장 버거운 상대자 시리아에 조금씩 내비치면서 양보를 끌어낼 유일한 협상카드가 사전에 완전 노출되어 버렸으니 교섭이고 뭐고 될 턱이 없게된 것이다.
그러나 라빈 총리는 알로니 장관이 이끄는 메레츠 당이나 그와 함께 정치를 할 수 없다고 버티는 샤츠당 모두 연정 유지에 절대 필요해 진퇴양난에 처해있다.
라빈총리는 알로니 장관의 발언파동 때마다 엄중 경고와 국론 추스르기로 가까스로 연정을 유지해가고 있지만 그의 방언벽이 고쳐지지 않는 한 라빈총리는 전전긍긍 불안한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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