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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영 특혜의혹 폭로/올 국감 최대대어 낚은 송천영(의원탐구:16)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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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상임위장 파동에 민주탈당… 무소속 설움 절감/민자·국민서 “손짓”… 진로고심
유난히도 「큰건」이 없었던 올해 국정감사에서 최고의 히트작으로 손꼽힌 건영특혜의혹사건을 터뜨린 장본인 송천영의원(무소속·대전동을·재선)의 얼굴엔 요즘 웃음기가 별로 없다.
국회 상임위원장 내정자 교체파동끝에 민주당을 탈당함으로써 청춘을 다바쳤던 「야당」 생활을 청산,무소속이 되고만 자신의 처지와 향후 진로에 대한 고민탓에 깊은 수심이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남들은 의정생활 4년동안 한번 남을까 말까한 「대어」를 끌어낸 희열이 도무지 자리잡을 마음의 공간이 없는 상황이다.
송 의원이 이번 국감을 통해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이 바로 「무소속의 설움」.
송 의원은 서울시국감을 통해 시 당국이 건설업체 소유땅에 조합주택을 제한하는 건설부의 관련지침과 달리 건영에만 사업승인을 내준 특혜의혹을 폭로,연일 신문의 사회면 톱을 오르내리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막상 당의 전폭지원이 전무한 상태에서 「손천영의 몫」으로 세간에 인식되기보다는 언론의 치열한 추적취재대상으로 초점이 변해버린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던 실정이었다.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당 이미지제고에 상품가치가 큰 건을 놓쳤다지만 송 의원으로서도 당소속의원들의 팀플레이와 융단폭격식 지원이 있었다면 수서사건을 능가하는 역작으로 키울 수 있었으리라는 기대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건설부 감사에서는 언론의 추적을 좇아 따라잡기 힘들었고 이젠 수사당국의 조치에 맡겨버린다는 생각에 후속질의를 하지 않자 『로비의혹』이라는 일부언론의 곱상치않은 눈길까지 감수해야 했다.
송 의원은 이런 자신의 최근 심정을 『나무위에 올려진 뒤 흔들어 떨어지는 것 같다』고 표현한다.
지난달초 대선에서 충남·대전권 공략차원으로 국회보사위원장에 내정됐던 송 의원은 막판 교체진통끝에 그만 장기욱의원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말았다.
송 의원이 당초 탈당을 고려하게 된 이유는 김대중·이기택 양대표에 대한 서운함의 앙금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 정부 각료는 물론 국회 사무처직원까지 화환을 보내 위원장 내정을 축하해준 소동에 대한 창피스러움은 제쳐놓고라도 한번쯤 불러 탈락위로를 해주리라 생각했던 김·이 양대표의 부름은 끝내 없었다.
송 의원 자신은 반대입장이었던 김현 전의원의 입당과 14대 공천신청과정에서 생긴 이 대표와의 갈등때문에 결국 민주계 몫에서 밀려난 것으로 체념하려 했으나 지구당당원들의 울화가 그만 폭발하고 말았다.
1천3백여명에 이르는 당원들이 탈당계를 제출한데 이어 사무실에 걸린 김·이 대표의 사진과 송 의원이 함께 찍은 액자조차 모두 깨뜨려 버린 당원들은 『탈당하든가,혼자 남아있든가 선택하라』는 「압력」을 가해왔다.
당원들이 최종결단의 D­데이로 잡아준 지난달 15일.
「탈당하게 될지 모르겠다」는 송 의원의 통고를 받은 당 고위층이 김 대표와의 면담을 주선하겠다는 등 「진화」를 시도해 왔으나 상황은 이미 끝난 뒤였다.
송 의원은 『나라의 운을 결정할 대선에는 정치인으로 반드시 참여하는 게 의무』라는 입장이며 따라서 대선공고전 민자 또는 국민당중 한곳에 입당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민자당은 민자당대로,국민당은 국민당대로 자신있게 송 의원의 입당을 기정사실화하려 하고 있다.
송 의원은 지난 87년 대선 양김의 분열때 김영삼민자당총재를 선택했다. 민자당 민주계의 최형우·서석재·박관용의원 등과는 막역한 사이인데다 『이제 여야가 없으니 돌아오라』『정치에는 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들의 제의에 솔깃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갈수록 강해지는 지역구의 반양김정서와 향후 선거를 고려할 때 국민당행에도 큰 관심이 쏠려있다. 동교동계로 절친한 양순직의원이 『계속 야당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정치 명분을 강조해오고 있다. 의원이 되면서 동정성 성금이 끊겨 오히려 열악해진 지구당운영자금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현실적 고려도 배제할 수 없다. 부심을 거듭해온 그의 정치역정은 이제 또 한번 중요한 선택의 기로를 맞고 있다.<최훈기자>
□송천영의원
▲대전출생(53세) ▲대전고졸·국민대 법학과 중퇴 ▲민추협중앙상임운영위원 ▲신한민주당 대전동구위원장 ▲12대의원 당선 ▲국회원내 부총무 ▲민주당당무위원·탈당 ▲14대의원 당선(대전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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