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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찰스왕세자 방한 준비 이홍구 주영대사(일요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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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10년 한영관계 새 전기/유럽통합 대비 수출전략 짜야/북방외교 전방위로 전환할 때
2∼5일로 예정된 찰스 영국왕세자내외의 방한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일시 귀국한 이홍구 주영대사(58)는 수교 1백10년만에 영국왕실이 처음으로 방한하는 이번 행사는 한영관계에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사는 특히 찰스왕세자가 21세기의 영국 왕이자 49개국으로 구성된 영연방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이번 방문은 상당히 미래지향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이 우리에게는 여섯번째 수출시장입니다. 영국도 한국시장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이번에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1백명이상으로 구성된 기업대표단이 한국에 옵니다. 여기서 상품전시회라든가 여러가지 세미나도 하고,문화적으로는 스코티시발레단이 사흘동안 공연을 합니다. 또 지난 봄에는 대영박물관에 한국관을 만들기 위해 1백20만파운드를 기증했습니다. 이렇게 한영관계가 발전돼 가는 시점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왕세자는 직접 외교문제를 다루지 못할 텐데 주로 어떤 의견이 교환될 예정입니까.
『물론 정치적 얘기는 없고 양국간의 우의를 돈독히 하는 그런쪽으로 대화의 초점이 맞춰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찰스왕세자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진 분야가 환경문제라든가 전통과 고적문제 등이기 때문에 거기에 가벼운 화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관심사와 관련해 왕세자의 일정이 있습니까.
『그래서 왕세자께서는 한국에서 경주 불국사,양동마을 등을 꼭 보시겠다고 해서 그런 일정들이 잡혀 있습니다.』
­유럽통합 작업이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영국에 계시면서 내다보신 전망은 어떻습니까.
『우선 현재 마스트리히트조약을 중심으로 정치·외교·안보면에서의 통합을 추진하는데 진통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통합,단일시장으로의 움직임은 이러한 진통과 관계없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통화의 단일화(ERM)의 어려움과 불경기 때문에 여러가지 새로운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일시장으로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입니다.』
­우리의 관심도 역시 EC의 경제통합이겠는데 그에 대한 대책은 어떻게 추진돼야 할건지요.
『EC는 3억2천만명이나 되는 시장으로 일본과 미국을 합친 정도로 거대합니다. 이것은 다른 선진국과의 통상에는 도움이 되는데 비해 후진국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통해서만 EC시장 단일화에서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지 과거와 같은 후진적인 기술이 필요없는 노동집약적인 물건으로는 별로 혜택을 볼 수 없다는 점을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2월이면 6공의 1기가 끝나는데 한중수교로 이제 북방정책은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이제 앞으로의 외교방향은 어떻게 돼야 할지요.
『북방정책은 이제 성공적인 단계에 오지 않았습니까. 그 다음으로는 두가지를 얘기해야 합니다.
먼저 방향면에서 북방외교에서 전방외교가 돼야 한다는 겁니다. 전방외교란 횡적으로 얘기한다면 미국을 중심으로 얘기하던게 이제 EC라든가 모든 분야에 동시에,또 동북아만 중심으로 얘기하는 게 아니라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아태지역을 강조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가 충분한 관심을 갖지 못한 개발도상국들,라틴아메리카라든가 아프리카,중동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건가,이런게 다 나타나는 것이 전방외교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내용면에서도 훨씬 폭을 넓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우리가 원하는 세력균형을 구축해 갈 것이냐 하는 것이 우리 외교의 가장 큰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용면에서의 폭이라면….
『이제까지 남북대결만 의식해 안보문제만 다뤄왔다면 이제 다른 중요한 문제도 주목해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지금 제일 큰 문제는 GATT,흔히 우리가 얘기하는 우루과이라운드죠. 이게 타결될 때 가져오는 통상증대를 1년에 2천억달러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다른 나라 사람들이 모여서 결정하는데 따라만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통상체제를 구축해갈 것인지 대단히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문제가 나오지 않습니까.
똑같이 군축문제,무기판매문제 등이 나옵니다. 이것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하는 군사통제문제에도 우리가 방관자적 입장에 있을 수 없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겠다는 겁니다.
우리 유엔분담금이 이미 21번째란 말예요. 분담금이 21번째라면 거기에 걸맞은 영향력을 행사해야 합니다.』
­북한의 진로에 대한 유럽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한마디로 얘기 한다면 많은 유럽의 외교전문가들은 우리보다는 북한의 장래를 좀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비교적 큰 충돌이 없이 단계적으로 대화를 통해 한반도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전반적으로는 다소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하는데 비해서 유럽의 전문가들은 과연 북한이 그런 안정적인 변화를 알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체제인가 의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는 중국과 같이 공산주의 체제가 스스로 개혁해가는 것을 보고 있는데 비해 유럽은 구소련·동구체제의 붕괴과정을 주로 봤기 때문에 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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