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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에도 나와있다”3당 역술전/서로가 퍼뜨리는 설… 설… 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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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YS는 임금상·사주에 천기있다 민자/네번씩 죽을 고비 넘겨 천운대통 민주/「정도령」론 펴며 “명당집터”자랑 국민
지난 봄부터 정가에는 밑도 끝도 없는 묘한 소문이 나돌았다. 모당이 전국의 역술인과 택시운전기자들을 포섭했다더라는 설이다.
기동성 만점의 그 당은 이를 펄쩍 뛰면서 부인했지만 정가에서는 그런 시도를 했을 것으로 보는 경향이다.
역술과 정치인의 관계에 대한 얘기는 정치판에선 무수히 많다. 올 정초 박태준 민자당최고위원(당시)이 헬기를 타고 경남 함양의 박모 역술인을 찾아가 대권운세를 보았다는 소문으로 구설수에 오른게 단적인 사례다. 미국에서도 레이건대통령이 일정을 점성가의 조언에 따라 짰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대통령선거를 50여일 앞둔 각 후보진영이 「천하대권」의 향방을 점지(?)해줄 역술가의 동향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불확실한 판세속에서 한가닥의 위안 또는 불측한 흑심 때문임은 말할 것도 없다. 대권향방에 대한 궁금증도 궁금증이려니와 『운세가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을 역술가의 입을 통해 전파해서 대권캠프의 신발끈을 더욱 졸라매는 「사기진작」의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장로인 민자당 김영삼총재가 카톨릭교우인 민주당 김대중대표,무종교의 국민당 정주영대표가 직접 역술가를 찾았다는 말은 아직 없다. 그러나 측근의원·보좌관·지지자·당원들이 전해주는 대권점괘에 귀를 기울여 경청하는 이들의 모습 또한 천하대사를 앞두고 어찌할 수 없는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엿보게 해주고 있다.
민자 진영에서는 금년봄 대한역술인협회(회장 지창용)세미나에서 『YS에게 대권운이 있다』고 결론지었다는 얘기를 고위당직자들이 적극적으로 「유포」하고 있다.
최근들어 『YS의 관상을 보았노라』『사주를 보아왔다』는 사람들이 상도동을 찾아 면담을 요구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이들중에는 『YS는 임금의 상』이라고 주장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아 YS진영으로서는 그리 싫지 않은 반응. 또한 김 총재 측근의원이 최근 용하다는 역술가에게 대권점을 친 결과 『YS의 사주팔자에 천기가 들어있다』는 점괘가 나왔다고 떠벌리고 다니기도 한다.
○…김대중대표는 오랜 수감생활을 통해 각종 역술서적을 섭렵해 자신이 역술에 상당한 학문적 관심과 지식을 갖고 있다.
최근 동교동에는 『점괘가 아주 좋으니 정확한 음력생일·시를 가르쳐달라』는 역술가의 전화와 점과는 무관하게 『대통령이 되는 계시를 받았다』는 천주교신자들의 체험이 자주 전달되고 있다.
불교신자인 허모·신모의원·허모 전 의원 등이 최근 단골역술가에게 김 대표의 점괘를 살핀 결과 『네번 죽을 고비를 넘겨 천운이 대통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노라고 자랑하고 다닌다.
김 대표는 얼마전 『광주의 한 수녀가 「피를 흘리고 계신 예수께서 김 대표의 손을 꼭 쥐는 계시를 보았다」면서 이를 그림으로 보내온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 대표 주변에는 천주교우들의 계시체험 얘기가 많은 것이 이채롭다.
최근 한 재미교포가 『김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는 계시를 받았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귀국,동교동을 찾은 일도 있다.
또한 『집짓는 사람이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는 성경구절을 나름대로 해석해 『대권을 잡을 것』이라고 연락해온 신자도 있다.
지난 81년 김 대표가 최악의 상황에 처했을때 당시 야당을 하던 현 민자당 신모의원이 중곡동 점집에서 『실망치 말라. DJ가 반드시 정권을 잡는다』는 점괘를 들었다는 얘기도 심심치않게 동교동주변에선 회자되고 있다.
○…국민당 정주영대표는 집무실에 꽂혀 있는 소설 『정감록』에 대해 『읽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박태준의원 탈당 사태가 벌어지자 『운수대통』이라는 첫반응이 나올 정도로 운명철학을 믿는 기색이다.
정 대표는 사주팔자보다는 풍주지리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를 평동사옥에서 광화문으로 옮긴 것도 풍수지리해석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정 대표의 측근은 『청운동 자택은 명당중 명당으로 인왕산정기가 호상인 정 대표에게 내린다』『청와대터는 양김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풍수지리에 의한 대권운세를 강조.
특히 측근들은 「정도령론」을 당내에 유포시키고 있다. 실제 용인인력개발원 본관에 전시된 포스터에는 용마(날개달린 말)를 그려놓고 「정도령」이라고 써놓는가 하면 당직자들 방마다 『정감록』책이 발견된다.
○…현재 국내의 역술가는 약 20여만명. 이중 대선 등 국가흥망과 관련된 역술은 「태을수」라는 일종의 고등수학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들과 역술가 사이의 「점괘」는 상대방에 의한 「불이익」을 고려,절대비밀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대선후보진영이 역술인들을 동원해 여론조작을 하려는 경향에 대해 국민의 의사결정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는 강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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