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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훈 "상민이 형 때문에 KCC 왔는데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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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프로농구 KCC는 지난달 자유계약선수(FA) 서장훈과 임재현을 영입하면서 6월 1일 입단식을 하려 했다. 그러나 KCC가 보호선수에서 제외한 이상민을 삼성이 보상선수로 지명했고, 5월 31일 입단 기자회견을 열었다. KCC 팬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서장훈과 임재현의 입단식은 기약없이 연기됐다.

그 입단식이 12일 서울 서초동 KCC 본사에서 열렸다. 10일 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했던 KCC 팬들은 보이지 않았으나 기자회견 내내 '이상민 이적'과 관련된 이야기가 이어졌다.

서장훈은 이상민(35)의 연세대 2년 후배로 둘은 절친한 사이다. 서장훈은 지난달 26일 KCC와 4년 계약을 하며 "신입생처럼 뛰겠다. 계약 기간 4년을 대학 4년처럼 생각하겠다. 상민 형과 함께 뛰는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국내 농구 최강으로 군림했던 그 시절처럼 함께 뛰고 싶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이상민은 서장훈이 떠나온 삼성으로 가버렸다.

서장훈은 입단식 인터뷰에서 "누구보다 내가 많이 놀랐고 가슴 아팠다. KCC에 온 큰 이유가 상민 형이 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뒤 사석에서 "상민 형이 팀을 떠나게 된 것이 '서장훈 탓'으로 여겨질 때가 가장 괴로웠다"고 말했다. "상민 형과 따로 만나 술 한잔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서장훈은 프로 데뷔 후 줄곧 11번을 달았지만 KCC에서 7번으로 바꿨다. 이상민이 11번이었기 때문이다. 서장훈은 "그건, 일종의 예의였다"고 말했다. KCC 임직원 100여 명이 참석해 환영의 박수를 보냈지만, 서장훈의 표정은 쉽게 밝아지지 않았다.

가드 임재현도 "같은 포지션이어서, 나 때문에 상민 형이 빠졌다는 생각이 들 때 괴로웠다"며 "내가 팀에서 할 역할을 잘 알고 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허재 KCC 감독은 "이상민 이적에 대해 많은 의문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모든 책임은 감독인 내가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장훈이와 재현이가 오면서 내외곽이 모두 강해졌다"며 "추승균과 함께 세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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