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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 없는 자율야구 곰들을 춤추게 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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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2007 프로야구 초반인 4월 8일부터 15일까지 두산은 6연패에 빠졌다. 15일 SK전을 끝내고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순간 팀의 맏형 안경현(37)이 "이번 주 전패니까, 다음 주엔 한 경기만 이겨도 되는 거냐"고 툭 내뱉었다. 그 말에 선수들은 깔깔대며 웃었다.

'쾌활한 분위기' '허슬 플레이'로 유명한 두산이 선두 다툼을 하고 있다. 12일 롯데에 패해 2위가 됐지만 시즌 초반 하위권을 맴돌 때만 해도 꼴찌를 점치는 전문가가 많았다. "FA(자유계약선수) 대어 박명환이 라이벌 LG로 갔고, 내야의 핵인 손시헌이 입대했다. 연봉 총액도 최하위(28억8100만원)인 팀이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이 줄을 이었다.그러나 결과는 딴판이었다. 선발, 중간계투, 마무리, 선두 타선, 중심 타선 등 모든 면에서 약점을 찾기 힘들다. 1992년 OB 시절부터 팀을 옮기지 않은 16년차 '터줏대감' 안경현에게 두산의 힘에 대해 들어봤다.

▶유쾌한 분위기

11일 오후 잠실구장 실내연습장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휴일이지만 안경현은 2시간 가까이 개인훈련을 했다. 훈련장을 찾은 후배 이종욱(27)은 선배를 위해 공을 던져줬다.

"올해 결혼한다며?"(안)

"누가 그래요? 아직 모르죠. "(이)

"축의금 내느라 용돈 다 나간다. "(안)

새까만 후배지만 안경현은 친구처럼 대했다. 그는 "집합문화가 없는 게 우리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경기가 안 풀려도 코치나 선배들이 따로 선수들을 모아 '훈계'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90년부터 두산에 몸담아 온 김태룡 운영홍보부장은 "전임 김인식 감독(현 한화 감독)부터 김경문 감독까지 자율성을 중시한다. 분위기 메이커 홍성흔, 권위적이지 않은 안경현의 역할도 크다"고 했다. 안경현은 "심각한 거 자기들도 다 안다. 같이 놀고, 함께 뛰는 게 선배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뚝심에서 허슬까지

95년 우승을 차지할 때 OB(두산의 전신)는 '뚝심의 베어스'라는 애칭을 얻었다. 연장전에 들어가면 지는 법이 없었다. 팀의 마스코트인 곰의 이미지와 절묘하게 이어지며 '뚝심'은 베어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안경현은 "자율 야구는 책임 야구다. 우리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많이 한다. 왜? 훈련한 게 아까우니까,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돈을 적게 쓰고 성적을 올리는 '저비용 고효율 야구'의 단점은 '팬들의 외면'이다. 몸값이 비싼 프랜차이즈 스타를 잡아둘 수 없기 때문이다.

정수근(현 롯데), 박명환의 이적은 그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두산의 인기는 식지 않았다. 화끈한 야구, 몸을 아끼지 않는 야구라는 인식이 팬들 사이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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