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쓰는 등유에 '특소세'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세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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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현행 기름값 결정 체계는 복잡하다. 단계마다 갖가지 명목의 세금이 붙는 데다 유통구조도 투명하지 못하다. 정유업계 관계자조차 "우리도 잘 모르는 요지경 구조"라고 말할 정도다. 이런 복잡한 구조는 곧바로 소비자 불신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기름값 논란은 우선 정유사들이 자체적으로 발표하는 공장도 가격에서부터 일기 시작한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넘기는 공장도 가격의 산정기준은 '일주일 전' 국제 제품 시세다. 소비자 가격은 다시 공장도 가격을 반영해 일주일쯤 뒤 결정되다 보니 국제 가격과는 2주가량의 시차가 생긴다. 국제 시세가 바로바로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지 않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지난달 말에는 국내 휘발유 공장도 가격이 하락했지만 소비자 가격은 오르는 일도 벌어졌다.

여기에 공장도 가격 기준이 '국제 원유가격'이 아닌 '국제 제품 가격'으로 결정되는 구조도 소비자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미국의 정제 시설이 노후화되면서 지난해 이후 '제품'인 국제 휘발유 가격은 국제 원유가격보다 더 많이, 더 빨리 올랐다.

정유사들은 공장도 가격도 부풀리곤 한다. 자기 회사 제품을 취급하는 주유소에 이익을 많이 남겨주기 위해서다. 주유소 기름값은 '공장도 가격'에 정부가 부과하는 각종 유류세와 주유소 마진 등을 더해 결정된다. 정유사들이 실제보다 높게 공장도 가격을 신고하면, 주유소들은 실제보다 낮은 가격으로 기름을 사게 된다. 그 가격 차이만큼 주유소들은 추가 이익을 챙기는 셈이다. 이는 특정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 기름만 팔도록 돼 있는 현행 폴사인제도 때문에 일어난다는 지적이다. 유통망 확보에 신경 쓰는 정유사들로선 주유소 이익을 위해 가격을 부풀릴 동기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전국 주유소 중 20%가량은 정유사 직영이다. 공장도가격이 이렇게 부풀려지게 되면 주유소 기름값도 그만큼 오를 수밖에 없다. 업계의 변칙적인 영업 관행이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세금도 문제다. 이달 4일 기준 국제 휘발유 가격은 L당 498원이다. 그러나 이 휘발유가 국내 유통단계를 거치면 소비자 가격이 평균 1554원으로 치솟는다. 이 중 각종 세금만 905.57원이다. <그래픽 참조> 서민이 주로 쓰는 등유에는 부유층의 과소비를 막기 위해 매기는 특별소비세까지 붙어 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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