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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차선 확장 경부고속도 동대구~김천 '자동차 경주장' 방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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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23일 왕복 8차로로 확장 개통된 경부고속도로 김천~동대구 톨게이트 구간(60.8㎞)에 과속 차량이 늘면서 경찰이 본격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일 임시 개통한 금호분기점~동대구 톨게이트 구간(17㎞)에서 과속 차량이 줄을 이어서다. 급기야 개통 다음날인 24일 오전 1시10분쯤엔 하행선 칠곡휴게소 부근에서 무쏘 승용차가 프린스 승용차를 추돌했다.

이 사고로 프린스에 타고 있던 김모(48.부산 해운대구)씨 등 일가족 3명이 숨지고 남모(44)씨 등 2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현재 7개인 무인단속카메라 외에 내년 초 여섯대의 카메라를 추가 설치키로 했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도로 여건이 크게 나아진 만큼 제한속도를 상향 조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과속 실태=지난 23일 오전 10시30분 대구시 동구 도동 경부고속도로 갓길. 고속도로순찰대 3지구대 단속반이 단속시스템을 가동했다. 순찰 차량 지붕에 카메라가 장착된 '탑재형 무인단속 차량'의 내부 컴퓨터엔 시시각각 적발된 차량의 사진과 속도가 기록됐다.

30여분 단속에서 걸린 차량은 모두 14대. 시속 1백30㎞ 안팎이 대부분이었다. 최고 속도는 산타페 승합차로 1백42㎞였다. 단속 경찰관인 장태열 경사는 "가끔 1백60㎞를 넘는 차량도 있다"고 뒤띔했다.

상습 교통 정체구간이던 이곳이 시원스레 뚫리면서 속도감을 즐기는 운전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레이스 경쟁엔 일부 화물차량까지 가세해 승용차 운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차로를 수시로 바꾸며 속도를 내는 차량도 적지 않았다.

제한속도 조정 요구 논란=경찰의 단속에 반발하는 운전자가 적지 않다. 차량이 막히지 않는 구간의 최고 제한속도를 다른 구간과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한속도 재조정 문제가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고속도로를 통해 구미로 출퇴근하는 최모(43.회사원)씨는 "도로 여건이 개선되면 속도도 당연히 조정돼야 한다"며 "현실적인 주행 속도를 고려하지 않고 최고속도를 1백㎞로 묶는다면 교통법규 위반자만 양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왕복 6~8차로인 중부.서해안.제2중부.천안~논산간 고속도로도 최고 제한속도가 시속 1백10㎞라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경찰은 일단 부정적이다.

과속이 문제가 되는 마당에 최고속도를 올리는 것은 대형 교통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내부에서도 운전자들의 주장에 수긍하는 견해도 있다. 경북경찰청 정태식 교통안전계장은 "경찰청과 제한속도의 상향 조정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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