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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평 안되는 땅 없어서 못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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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서울 도시재정비촉진지구(이하 재정비지구) 내 6평 미만 지분(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권리) 거래시장이 '불황 속 호황'을 누리고 있다. 최근 들어 지분 거래도 늘고 호가도 상승세다.

특히 입지여건이 좋고 사업 진행이 빠른 곳에선 매물이 나오면 곧바로 거래되는 경우도 많다. 대지 6평 이상 지분거래가 잘 안 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재정비지구에서 대지가 6평 이상이면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6평 미만은 거래 허가 대상이 아닌 데다 아파트와 달리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도 받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내 대지지분 5평짜리 빌라는 3억원 이상을 호가한다. 평당 6000만원이 넘는 것이다. 6평 미만 지분의 경우 한 달 전만 해도 평당 4500만원 선에 매물이 나와도 매수세가 달라붙지 않았다. 반면 한남뉴타운 내 9평짜리 다세대주택은 4억원 선으로, 한 달 전보다 3000만원 가량 빠졌다. 한남동 한남공인 정연식 사장은 "'집값 바닥론'이 슬며시 고개를 들면서 거래 제한이 없는 6평 미만 지분을 선점하려는 투자 수요가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송파신도시와 가까운 송파구 거여.마천뉴타운의 6평 미만 재개발 지분 값도 강세다. 평당 6000만~7000만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매물이 자취를 감춰 거래가 쉽지 않다. 영등포구 신길뉴타운에 있는 6평 미만 다세대주택 지분 값은 평당 2500만원으로 한 달 전보다 평당 50만원가량 올랐다. 신길동 뉴타운리젠트공인 관계자는 "입주까지는 생각하지 않는 투자 수요가 거래가 자유로운 소규모 지분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지분 값이 크게 오른 곳에 투자할 경우 수익성이 불투명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지분 값뿐 아니라 취득.등록세와 추가 부담금을 합한 비용이 재개발 이후 예상되는 아파트값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인지 꼼꼼히 따져본 뒤 투자에 나서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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