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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범선봉장」에 자부심”/열쇠수리인 이색모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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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잠긴문 열다 공범오인도”/「열쇠법」 제정 필요성 역설
2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청 구민회관에서는 작은 열쇠 하나로 민생치안의 「한몫」을 해왔음을 긍지로 삼고 있는 직업인 2백여명과 경찰청관계자들이 모여 이색간담회를 가졌다. 「열쇠와 방범에 관한 간담회」.
열쇠 수리인들의 권익옹호단체인 한국락스미스(LOCKSMITHS) 협회(회장 박진오·53) 회원들이 열쇠가 방범에 미치는 중요성과 「열쇠 관련법」 입법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자리다.
『한 가구당 열쇠 10개씩만 갖고 있어도 우리나라 전체 열쇠수는 1억5천개가 됩니다. 국민의 재산보호와 직결돼있는 열쇠가 이처럼 많은 것을 생각할때 우리 열쇠인들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협회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박종남부회장(60)은 그동안 많은 열쇠수리인들이 경찰의 범죄수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방범의 선봉장」 역할을 해왔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같은 역할에도 불구하고 열쇠수리인들의 마음 한 구석엔 남모를 「직업적 열등감」이 자리잡고 있는게 사실이다.
대부분이 영세업자인데다 이렇다할 구심점이 없었기 때문에 일반인들로부터 역할만큼의 「대접」을 받지 못한 것이다.
협회가 설립된 것은 지난 90년 2월6일.
열쇠수리인 스스로의 권익을 보호하고 기능인으로서의 직업적 긍지를 되찾기 위해 87년부터 뜻있는 몇 사람이 모여 설립을 준비해오다 마침내 경찰청 방범기획국 산하의 사단법인으로 자리잡게 됐다.
회원수는 2천5백여명. 전국의 열쇠수리인수가 줄잡아 5만여명임을 감안할때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는게 협회관계자들의 말이다.
열쇠수리인협회는 현재 38개국에 96개 단체가 있으며 모두 미국에 본부를 둔 ALOA(세계열쇠인협회)에 소속되어 있다.
『검찰자료에 따르면 전체범죄의 37%정도가 열쇠·금고와 관련돼있습니다. 그런데도 열쇠와 관련된 「열쇠법」이 없어서야 말이 됩니까.』
협회의 박동기과장(36)은 『아무나 약간의 기술만을 가진 사람들이 열쇠수리를 하고 있고 수리의뢰인들의 신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어 각종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며,심지어 열쇠수리인들이 손님으로 가장한 도둑의 말만 믿고 섣불리 문을 열다 공범으로 몰리는 일도 허다하다』며 열쇠기능인들이 마음놓고 작업하고 열쇠로 인한 사고를 막기위해 「열쇠법」같은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고 역설한다.<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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