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 비만센터 의료진이 어르신의 허리 둘레를 재고 있다.
◆어떻게 조사했나=서울에서도 보통 시민이 살고 있는 중랑구 면목 1동. 노인 비만을 측정하기 위해 경로당 두 곳을 택해 비만율과 유병률ㆍ생활습관 등을 조사했다. 이곳을 출입하는 어르신의 나이는 대부분 80ㆍ90대. 이번 조사에서도 평균 나이가 남성 80.87세, 여성 79.89세로 나타나 인구의 고령화를 실감케 했다. 경로당에는 70대조차 아이 취급을 받아 경로당 출입이 거의 없다.
조사팀은 신체 계측을 기본으로 체지방과 허리둘레를 재고, 이어 식사ㆍ운동습관, 그리고 건강상태를 설문 조사했다.
특히 노인은 질병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질병력과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 영양제 등도 조사에 포함시켰다. 조사 대상은 50명으로 남성이 15명, 여성이 35명이었다.
특히 여성 노인 비만율이 남성을 훨씬 앞지르고 있었다. 배둘레뿐 아니라 체지방량도 남성 평균 14.1㎏(체지방률 23.6%)에 비해 여성은 22.5㎏(체지방률 39.6%)으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체지방률은 20% 이하가 정상 범위. 특히 체지방이 40% 이상 되는 여성 노인이 14명(전체의 40%), 50% 이상도 3명(8.6%)이나 됐다.
◆생활습관 분석=경로당을 출입할 정도면 건강한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생활습관은 그리 건강하지 못했다. 체중 감량을 위해 식사량을 조절하는 노인은 2명에 불과했고, 식사 속도도 52%가 빠르다(10분 미만)고 응답했다. 즐겨 먹는 음식도 남성은 탄수화물→채소→단백질 순이었고, 여성은 채소→탄수화물→과일 순으로 단백질 섭취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거의 매일 술을 마시는 사람이 6명(40%), 주 3∼4회도 3명(20%)나 됐다.
흡연자는 3명(20%). 이에 비해 여성은 음주(주 3∼4회 이상 3명)와 흡연자(5명)는 적은 편이었다.
운동량 역시 적었다. 하루 평균 30분 이상 걷는 노인이 26명(52%)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은 20%에 그쳤다. 이는 의지보다 몸이 불편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노인 비만, 어쩔 수 없는 현상인가=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남성 비만율은 60대 31.5%, 70세 이상 28%로 나타났고, 여성은 60대 46.7%, 70대 33.5% 수준을 보였다.
이처럼 노인 비만이 급증하는 것은 활동량은 물론 기초대사량 감소와 관련이 있다. 보통 10살이 증가할 때마다 남성은 하루 165㎉, 여성은 103㎉의 에너지 소비가 줄어든다. 근육량이 줄어들어 신진대사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백병원 비만센터 강재헌 교수는 “노화로 인해 근육량은 40대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반대로 체지방은 증가하는 수순을 밟는다”며
“이를 극복하는 최고의 보약은 소식과 운동뿐”이라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