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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포 다룬 영화 "봇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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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일제시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이유로 해외에 나간 한국인의 삶의 궤적을 담은 영화들이 우리영화 제작의 한 장르로 자리잡고 있다.
이같은 소재의 영화는 최근 젊은 관객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결혼이야기』『미스터 맘마』같은 유쾌한 상업영화, 『서편제』『화엄경』 등 작품성 우선의 국내소재 영화와 더불어 우리영화의 삼각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 안팎은 이러한 현상이 소재와 주제의 경중, 장르의 다양한, 관객취향의 다변화 등을 상호보완 해줄 것으로 보고 바람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상업영화의 경쾌하고 감각적인 경향과 정통극의 진지한 면이 조화를 이뤄 우리영화계에 활기를 불어넣는데 크게 기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부쩍는 「해외한국인영화」로는 『명자·아끼꼬·쏘냐』『베를린 리포트』『수잔브링크의 아리랑』『금의 전쟁』『하얀 전쟁』 등이 발표됐고 5∼6편의 영화가 제작 또는 준비중에 있다.
『베를린…』『수잔…』은 해외입양아 문제를 , 『명자…』는 사할린 동포문제를 , 그리고 『금의 전쟁』『하얀 전쟁』은 각각 재일동포 김희로 사건과 월남전 참전문제를 다룬 영화들이다.
현재 제작준비중인 영화로는 일제시대 한국인의 멕시코 강제이민사를 그릴 『애니깽』, 정신대문제를 대하극으로 엮을 『정신대』, 제일동포가 겪는 갈등을 담을 『웨스턴 어베뉴』가 있다. 또 연변동포의 애환이 소재인 『연변일기』, 스탈린에 의해 원동아시아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한국인의 끈질긴 생명력을 그릴 『쌀』도 준비중이다.
태권도와 가라테의 달인 최영의씨의 일대기를 영화화하는 『바람의 파이터』도 이 범주에 속한다.
이 같은 「해외한국인영화」는 한국인의 실재했던, 또는 실재에 근거한 드라마이기 때문에 보통의 해외로케영하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을 달리한다.
즉 영화공간이 역사적인 필연성을 띠고 있어 눈요기 감으로 유행혐의가 짙은 해외로케영화에 비해 훨씬 진지하게 한국인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영화가 갖는 장점은 소재가 역사성을 떠는 만큼 관객에 진지한 감동을 주는 것이 첫손에 꼽힌다.
한국인의 강제된 굴곡진 삶을 통해 오늘의 우리를 되돌아 보게 하는 점에서는 교훈적이기도 하다. 또 이 영화들은 불가피하게 해외 현지로케를 필요로 하고있어 외국인의 출연, 해외풍광 등 아무래도 국내촬영보다는 화면이 기름지게 보이는 것도 장점이다.
영화내용이 국제성를 띠게 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데 이 국제성은 『하얀 전쟁』이 입증했듯 우리영화가 해외영화제와 해외시장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데도 큰 힘을 발휘한다.
반면 이같은 영화제작에는 애로사항도 많다.
우선 소재가 대작영화를 요구하고 있고 그에 따른 제작비 염출이 큰 문제다.
흥행성공이 불투명할뿐더러 비관적이기도 한 우리영화 사정을 감안하면 이런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가 제작자로서는 보통 모험이 아니다.
따라서 영화계는 정부차원에서 과감한 제작지원과 사후 제반지원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영하는 또한 서사적 구조를 소화해 낼만한 탄탄한 구성과 연출력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시나리오작가·감독들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이 영화들의 활성화는 문학이주는 감동 못잖게, 또는 그 이상으로 영화도 감동적이란 대접을 받을 수 있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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