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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情' 사이버 커뮤니티로 마음 나눠요

중앙일보

입력

가좌마을 2단지(일산서구 가좌동) 대우푸르지오 아파트 단지 안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음악이 흐른다. 올 초 놀이터와 휴게공간 등 단지 내 3곳에 설치된 무선스피커를 통해서다.
푸르지오 아파트 음악방송은 지난해 초 아파트 홈페이지(www.ilsanprugio.or.kr) 게시판에 올린 한 입주민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친구가 사는 아파트에 갔는 데, 지하 주차장에 클래식이 흐르더군요. 의외의 공간에서 음악을 들으니 반가웠어요. 우리 아파트에서도 시도해보면 어떨까요.”
입주대표자회의(회장 변준원)는 곧 타당성을 검토했다. 그러나 시설 비용이 만만찮았다. 입주민 회의와 투표를 통해 무선스피커 설치를 결정했다.

▶아파트 생활정보, 여기에 다 있다 =“저희 집 마루 공사합니다. x일에 마무리될 예정이에요. 시끄럽게 해 죄송합니다.”“2xx동 옆에 쌓여있는 벽돌은 언제 치우나요?”“안쓰는 초등국어사전 있으면 물려주세요.”“여섯 살배기 둘째를 미술학원에 보내려 하는데, 좋은 학원 추천해주세요.”
가좌마을 2단지 입주민들의 사랑방은 아파트 홈페이지다. 이웃에게 양해를 구하는 일부터 자녀 교육에 관한 정보까지 아파트 생활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오간다.
마루 공사로 민원이 생길까봐 걱정하는 글엔“공사 잘 마치세요”란 옆집 아저씨의 따뜻한 댓글이 달린다. 단지 안 불편 사항에 대해선 관리사무소가 답변을 올린다.
선배 학부모가 들려주는 자녀 교육 정보도 가득하다. 이사 온 입주민에겐 주변 편의시설, 맛집 등 알짜배기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각종 현안에 대한 온라인 투표도 이뤄진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이버 커뮤니티의 덕을 톡톡히 보는 것은 아파트 하자 해결에서다. 다른 세대와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입주 3년차 아파트에서 챙겨야 할 하자를 꼼꼼히 체크할 수 있다. 맞벌이 부부는 직장에서 보수 신청을 하고 중간 중간 하자보수 진행 과정도 점검한다. 시공업체가 보수 신청 코너를 열람할 수 있어 일 처리가 신속하다.
현재 홈페이지 회원수는 772세대. 지난해 12월 개설한 지 6개월만에 총 1210세대 중 64%가 회원으로 가입했다. 1 세대 1 회원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실제 이용자수는 1000명이 넘는 셈이다.
▶커뮤니티를 이끄는 힘은 관심=“남편들의 커뮤니티 참여가 활발해요. 입주민의 70~80%가 컴퓨터에 익숙한 30~40대이기도 하지만, 예전과 달리 남편들도 자기가 사는 아파트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죠. 아파트가 더 이상 주부들만의 공간은 아닙니다.”
홈페이지 운영을 맡고 있는 박영산(34)씨는 입주 개시(2005년 11월) 전부터‘입주예정 동호회 카페 회원으로 활동했다.
박씨와 같은 동호회 회원으로 실제 입주한 주민은 300~400명. 처음 내 집을 갖게 되는 사람들이 많았다. 카페 모임 외에 한달에 한번씩 오프라인 모임도 가졌다. 입주 후‘색깔 있는 아파트’를 만들자는 공감대 아래 동호회 회원들이 입주대표자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이버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커뮤니티도 형성됐다. 스포츠센터ㆍ멀티미디어룸ㆍ도서관 등 최신식 커뮤니티 시설을 중심으로 입주민을 위한 다양한 여가ㆍ문화 활동이 펼쳐졌다.
멀티미디어룸에선 외부 강사를 초빙해 입주민과 자녀를 위한 컴퓨터 교육을 실시한다.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엔 주민들을 위해 영화를 상영한다. 도서관에선 동화구연이 진행된다. 어린이 사생대회ㆍ입주민 축제ㆍ아나바다 등 입주민 행사도 다양하다.
안성주(36ㆍ212동) 주부는 “입주민들과 한 달에 한 번 단지 청소를 하고 뒤풀이로 저녁 식사를 함께 한다”며 “커뮤니티를 통해 이웃이 점점 가까워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新이웃사촌 문화 '여기는 행복마을'
사이버 커뮤니티가 항상 긍정적인 기능만 하는 건 아니다. 커뮤니티 활성화에는 제2자유로 노선ㆍ아파트 시세 등 아파트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민감한 이슈가 한몫했다. 자칫 아파트 가격 담합의 진원지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에 올 초 아파트 시세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아파트 생활이나‘아름다운 사람들’(입주민들이 입주대표자회의와 부녀회 회원, 관리사무소 직원들을 통칭하는 말)에 대한 악플(악성 댓글)이 종종 올라오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 오해와 우려를 씻어내는 것도 이 커뮤니티 공간이 있어 가능하다.
입주대표자회의 정태윤(37ㆍ 203동 대표)씨는“사이버 커뮤니티의 활성화로 새로운 이웃사촌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입주민들의 건전한 커뮤니티 활동이 우리 아파트를 인정이 물씬 나는 곳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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