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보험사기(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비폭력적 저항운동을 폈던 인도의 간디가 한때 생명보험에 든 적이 있다. 그의 가족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어느날 그는 서둘러 가입을 취소하고 말았다. 자신의 생명을 보험에 걺으로써 아내와 아들의 자립권을 박탈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였다. 그는 가족들이 스스로 일을 처리해 나가야 한다는 아주 소박한 인생철학에서 보험의 유혹을 거절했다.
사람들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해 번민하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이드보험회사가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은 늘 미래에 불안을 느끼는 인간의 속성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보험상품을 팔면서부터다.
로이드는 사람들이 걱정하는만큼 여러가지 유형의 사건·사고는 그렇게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보험이라는 도박을 한 것이다. 평균율의 법칙을 기본으로 한 이 도박은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보험을 둘러싼 부도덕한 행위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다반사로 일어나면서 보험회사들의 경영에 위협을 줄 정도가 되었다. 방화사건이 대표적인 것이다. 독일의 어느 보험가입자는 창고에서 황산을 병에 넣고 코르크로 병마개를 한 다음 병의 입구를 아래쪽으로해 매달았다. 바닥에는 염화칼륨을 놓았다. 시간이 지나 코르크마개가 녹으면서 황산이 밑으로 떨어져 다른 약품과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화재가 발생하는 것을 노린 것이다.
어떤 범인은 자명종시계가 올릴때 태엽이 돌아가는 것을 이용해 이 부분에 성냥갑을 놓고 마찰이 생기도록 하는 방법으로 방화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보험제도는 우연성을 전제로한 것이다. 그러나 갈수록 인위성이 가해지는 보험사기는 증가추세에 있다. 보험금을 타기 위한 「도덕적 위험」의 범죄는 남편의 청부살인이나,최근 발생한 유흥업소 방화사건 등에서 보듯 온갖 지모가 동원되고 있다. 보험사기는 경기사이클을 탄다는데 특징이 있다. 화페가치가 안정되고 물가도 어느정도 가라앉은 시기에,그러면서도 장사가 잘 안되는때 손해보상금을 기대하는 범죄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금같은 때가 바로 위험한 때다.<최철주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